[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나 지그ㅁ 취해써. OO 술집인데 데리러 와주라ㅠ"
어느 날 밤, 5년을 좋아했던 여사친에게 온 문자 하나를 보고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술에 잔뜩 취한 여사친은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나를 반겼다.
이후 여사친을 업고 집으로 가는데, 여사친이 놀이터에서 잠깐 앉았다가 가도 되냐고 내게 물었다.
놀이터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 두 사람. 나는 그때 여사친의 외투 단추가 풀려있는 것을 봤다.
"너 이렇게 입으면 감기 걸려"라는 말을 퉁명스럽게 던지고 단추를 잠가주는 순간이었다.
여사친이 갑자기 나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 후로는 부끄러워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나는 이날 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내 여사친에게 고백했다.
당연히 여사친도 내 고백을 받아줬고 우린 5년 우정을 끝내고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고백한 날, 내가 "너 그날 놀이터에서 기억나?"라고 하자 여사친은 "나 그날 너무 취해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왜 내가 실수했어?"라고 답했다.
순간 나는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나는 여사친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 그때 너무 예뻐서 고백하려 마음먹었었다고... 그 말 하려고 했어"
비록 여사친, 아니 여친은 가슴 떨린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그리고 나는 매일 여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먼저 널 좋아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널 더 좋아해"
이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을 각색한 글이다.
여친이 술에 취해 먼저 키스했다는 사실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남친.
그에게 연애의 '시작'이 누구였던지는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줬던 여친의 자존심까지 지켜줬다.
이렇게 배려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 두 사람의 연애는 앞으로도 핑크빛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