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형 기자 = "느X마 순두부찌개 장인"
최근 서울 강남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외근 중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 앞에는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었다.
이 모습에 A씨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어렸을 적을 추억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느X마 순두부찌개 장인"이라는 말이 들렸다.
문장만 봤을 때는 "너희 어머님께서 순두부를 잘 만드시는구나"라는 의미를 지닌 사투리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욕설이다.
귀를 의심한 A씨는 주의를 둘러봤지만, 학생들 말고는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들 대화에 귀를 기울였고 이내 이른바 패드립이 난무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서 나오면 주먹다짐이 오고갈 수도 있는 '패드립'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15일 인사이트가 현직 초등교사와 인터뷰한 결과 A씨의 사연은 실재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패드립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초등교사는 "학생들이 욕을 많이 하는 실정이다"라며 "학생들이 욕을 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욕설에 지나치게 노출돼있어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부모님에 관한 언급을 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욕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게임이나 유튜브, 인터넷 방송 등 욕설 사용이 잦은 매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튜버나 인터넷 방송 등을 시청할 때 별도의 시청 제한 연령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해 청소년이나 초등학생이 욕설이나 패드립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특별한 제재 없이 시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영상을 지속해서 접하다 보면 이들의 언어습관이 바뀐다는 것. 자연스럽게 학습된 욕설들은 초등학생과 청소년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고 이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이들에게 좋지 못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이런 언어 습관에 익숙해지면 여성 비하와 패드립 등에 경각심이 무뎌져 더 위험한 혐오와 욕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억조 교수는 인사이트에 "언어는 생활이 반영된 것인데,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의 초등학생들이 욕설을 자주 사용한다면 점차 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욕설을 한 번 사용 했는데 효과가 미미하면 더 강한 욕을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자극적인 언어가 사용될 것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