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너, 골 넣어서 좋다고 온라인 댓글 보며 희희낙락하지 마"
때는 2010년 10월 30일. 아직 어리디 어린 18살 소년은 분데스리가 데뷔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이제 막 데뷔한 선수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번뜩이는 판단력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었고, 센스 만점의 터치로 골키퍼를 제치면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천재'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이 골의 주인공은 한국 기준으로는 이미 전설인 손흥민이다. 그는 독일과 한국을 놀라게 한 데뷔골을 9년 전 기록했었다.
한국의 모든 축구 커뮤니티는 천재의 등장으로 들썩였고, 모든 지상파 스포츠 뉴스는 그를 주목했다. 수많은 축구팬이 한국 축구를 10년 이상 이끌어 갈 예비 레전드의 등장에 기뻐했다.
그러나 오로지 한 사람은 결단코 만족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행여나 들뜰 수 있는 18살 소년의 멘탈을 관리하고, 해이해지지 않도록 채찍질했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무서운 건 교만이야. 네가 골을 넣었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내일부터 당장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손흥민이 쓰던 노트북까지 수거했다고 한다.
아들이 밤새 들떠서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뉴스 등에서 댓글을 보고 시간을 허비할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손 감독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손흥민의 반응이었다.
반항할 만도 한 나이였지만 손흥민은 아버지의 의중을 정확히 읽었다. 그는 댓글을 보고 싶었던 마음을 모두 억누르고 불을 끄고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훈련에 매진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에 비하면 데뷔골은 그저 통과의례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교만하지 않았던 손흥민은 2019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아시아 최초, 한국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