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김지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판사가 이례적으로 삼성에 경영 주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 5명의 뇌물공여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렸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의 정준영 재판장은 재판을 마치며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이례적으로 피고인을 훈계(?)했다.

정 부장판사는 먼저 삼성에 감시 제도가 엄격히 작동했다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미국 대기업들의 감시 제도를 참고하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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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달라"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 51세의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삼성 新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했다"면서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냐"고 물음을 던졌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예"라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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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삼성이 정유라에게 건넨 34억여원의 말 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도 뇌물로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존 36억여원으로 인정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액이 86억여원으로 늘어난 것이며,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유무죄를 다투기보다 실형을 피하기 위한 양형 심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29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죄송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