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깜깜이 경기였던 남북전에서 선수단끼리 충돌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손흥민이 기지를 발휘해 위험했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 15일 우리 축구 대표팀은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전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중계진이나 응원단조차 동원되지 않고 치러졌다. 북측은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종료되기까지 남측에 '0대0', '경고 1장'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보내왔을 뿐이다.
그러나 경기는 주북한 스웨덴 대사 요아킴 베리스트룀의 트위터를 통해 간접 생중계(?)됐다. 그는 이날 북한 측의 초청을 받아 김일성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리스트룀이 직접 찍어 올린 영상에는 선수단이 서로 충돌하는 장면이 실렸다. 김문환이 북측 수비수인 김철범과 격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둘을 에워싸고 선수단이 몰려들어 자칫 갈등이 격화될 수 있는 조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대표팀의 캡틴인 손흥민은 흥분하지 않고 선수단을 멀리 떼어 놓았다.
김철범에게 다가가 차분하게 진정시키고는, 김문환에게도 격려와 위로를 전했다. 자칫 선수 간 갈등이 양국의 외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선수단을 추스르려는 생각이 엿보였다.
결국 두 선수는 별다른 마찰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 손흥민의 판단과 김문환의 인내가 불상사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경기는 득점 없이 0대0으로 비겼다.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2승 1무를 기록한 한국과 북한은 승점 7점을 얻었고, 한국이 득실에서 우위를 점해 H조 1위를 유지했다.
대표팀은 16일 베이징을 경유해 17일 오전 0시 4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경기 영상은 귀국하는 한국 선수단에 전달되며 오는 17일 이후 녹화 중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