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밝혀진 가운데 연쇄살인 사건 중 하나가 경찰의 고문과 구타에 의해 조작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모방 범죄라 결론 났던 해당 사건의 범인 윤모(당시 22)씨가 경찰의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펴면서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윤씨는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 된다.
8일 중앙일보는 윤씨가 수감됐던 충북 청주교도소에서 26년간 근무하고 있는 교도관의 말을 인용해 윤씨의 근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씨는 이미 20년의 복역을 마치고 2010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며 교도관과 함께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윤씨는 2심 재판부터 교도소에서 복역한 20년 동안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해왔다. 또 일부 경찰관에게 혹독한 고문을 받아 허위 자백을 했다고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과 2심은 모두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이 윤씨를 고문할 당위가 확인되지 않고, 허위라고 주장하는 윤씨의 초기 자백이 사건의 경위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윤씨의 것이라 추정되는 체모가 현장에서 발견된 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 다만 이 체모가 100% 윤씨의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체모 등에 포함된 성분을 용의자의 것과 대조하는 이른바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은 법인을 좁혀가는 데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특정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는 탓이다.
대법원은 윤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1심의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윤씨는 법정 구속돼 복역해오다 20년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그러나 윤씨 측은 여전히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자백은 전부 허위였고, 당시 체모를 분석하는 기술도 신뢰도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도관 역시 중앙일보에 "DNA 검사도 아니고, 체모가 100%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며 "윤씨는 경찰에 수많은 구타와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지금껏 자신을 고문한 형사를 기억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현재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윤씨는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 할 뿐, 돈에는 별 관심이 없다"며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씨는 1988년 9월 화성 태안읍 진안1리에 살던 박모(13)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990년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앞선 7차례의 연쇄살인과 달리 피해자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옷가지로 손발을 묶는 범인의 '시그니처 행동'이 보이지 않아 모방 범죄로 분류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