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다가 북한의 테러로 인해 신체 일부를 잃은 군인이 있다.
이 군인은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어 했다. 정신승리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저 대한민국을 사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고 말았다. 다리를 잃어서 좌절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희생을 애써 폄훼하려는 누군가를 보고 좌절한 것이었다.
그를 그렇게 나락으로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그가 가장 사랑했던 '국가'였다. 그가 인생을 바쳤던 대한민국이 그를 좌절케한 것이다.
17일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7일 보훈심사위원회를 열어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게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렸고, 이를 같은달 23일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 혹은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상해를 입은 군인에게 내려진다. 공상은 훈련·교육 등의 상황에서 상해를 입은 군인에게 내려진다.
앞서 육군은 하 중사의 전역 당시 내부 규정에 따라 하 중사에게 '전상' 판정을 내렸다.
현재 군은 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혹은 그 위험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상이를 입은 사람은 '전상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보훈처는 하 중사의 부상이 전상 관련 규정에 해당하지 않아 공상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경우 보훈처는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혹은 군인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수색을 훈련 혹은 교육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비무장지대는 실탄을 휴대하고 언제든 북한군과 교전을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작전이 펼쳐지는 곳이기에 논란이 예상된다.
하 중사는 보훈처의 일방적 공상 판정에 불복해 지난 4일 이의 신청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논란이 일어나자 "이 사건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규정된 경계·수색·매복·정찰활동·첩보활동 등 직무수행 중 상이로 판단하고, 과거 사고 사례를 검토해 공상으로 공식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의신청이 접수된 만큼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다"라며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전상→공상'이 이뤄진 보훈심사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일부 친여당 성향 심사위원이 '전(前) 정부 영웅을 우리가 인정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