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주스 포장에 '욱일기'를 넣은 폴란드 식품회사가 한국인 대학생 등 교민들의 집단 항의로 인해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13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폴란드 식품회사 호르텍스는 최근 '브라질 맛', '로스앤젤레스 맛', '마다가스카르 맛', '일본 맛' 등 4종의 새 음료를 출시했다.
문제는 '일본 맛' 음료였다. 포장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의 그림이 붙어 있었고 그 배경으로는 흰색과 빨간색이 욱일기 모양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대학생 조중희 씨는 폴란드 지인을 통해 이를 처음 발견,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를 알리는 한편 호르텍스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조씨는 이메일을 통해 "판매 전략인 건 압니다만 우리 한국 사람들에겐 끔찍한, 20세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상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제국군기는 유럽에서 4천만 명의 죄 없는 사람을 죽인 히틀러의 나치기와 다르지 않다. 일본은 아시아와 러시아 등에서 이 깃발을 들고 죄없는 사람 1천만 명을 죽였다"고 알렸다.
조씨는 이어 "수많은 우리 가족들이 희생당했다. 할아버지들은 강제로 끌려가 일을 해야 했고, 할머니들은 성노예로 끌려갔다. 그리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생체실험으로 희생당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일본을 좋아해도 괜찮지만 우리가 당한 전쟁의 아픔을 무시하지 말아달라"며 "폴란드의 역사를 알고 존중한다. 한국에선 아무도 나치기를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폴란드 교민 정성웅 씨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폴란드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이를 공유하고 호르텍스 측에 집단 항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호르텍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음날 곧바로 정씨에게 해당 제품의 생산 중단 결정을 알렸다.
정씨와 조씨는 또한 호르텍스를 이끄는 다비드 보로비에츠 호르텍스 부사장으로부터 "포장 제작 담당자들이 흰색, 빨간색 색상 조합이 부정적 의미를 가질 것이란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귀하의 의견과 호르텍스 그룹이 최고의 윤리 규범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해당 음료 생산을 즉시 중단한다"고 말했다.
조씨와 정씨를 포함한 한국 교민들의 힘이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한국 교민들 정말 대단하다", "외국인 눈에는 아직도 전범기가 하나의 디자인처럼 보이는구나", "곧바로 생산 중단한 호르텍스도 멋지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