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잡아 끌고 있는 조선인 / 신윤복 '소년전홍'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듣기만 해도 이가 갈리는 성범죄는 잊을 만하면 꼭 하나씩 터져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곤 한다.

성범죄의 원인을 두고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올바르지 못한 성 인식과 도덕 불감증을 꼽는 반응이 많다. 또한 솜방망이 처벌이 재범과 강력 성범죄를 불러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성폭행은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중대 범죄지만, 우리 법체계상 그 자체로 중형이 선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달랐다. 조선 시대에는 범죄의 예방과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해 성범죄자에게 대명률(1367년 제정된 조선 시대 현행법으로 중국 명나라의 형률서)을 엄격히 적용했다.

오늘날 성범죄자들이 들으면 감히 법망을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못할 조선 시대의 성범죄 관련 형벌을 정리해봤다.

1. 여성에 대한 강간범은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2TV '공주의 남자'

성폭행범은 무조건 사형에 처했다. 특히 12세 이하의 소녀를 강간한 범인은 목을 매다는 교수형이나 목을 절단해 숨을 끊는 참수형에 처했다.

참수형은 중대 범죄에만 적용되는 극형 중 하나다. 강도 강간과 근친 강간 역시 참수형에 처하게 해 치안을 유지했다.

2. 강간 미수범은 장형 100대와 함께 3천 리(약 1,200km) 밖으로 유배형에 처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삼총사'

장형이란 죄인의 둔부를 굵은 나무 회초리로 때리는 형벌이다. 그러나 단순히 회초리를 맞는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장형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극형이다. 일부 범죄자는 차라리 사형을 시켜달라고 애원까지 했을 정도였다.

특히 100대면 거의 목숨을 잃었으며, 살아도 4도 화상에 달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니 미수에 그쳐도 사형과 진배없는 형을 선고받는 셈이었다.

3. 공직에 있는 관리가 성범죄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꽃들의 전쟁'

조선은 지배층에 더욱 엄격한 처신을 요구하며 국가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다. 따라서 관리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가중처벌을 하며 기강을 바로잡았다.

실제 군수까지 지낸 한 관리가 민가의 부녀를 강간하려 하다가 미수에 그치자, 아예 신분을 박탈하고 노비로 전락시키는 판결을 받은 기록도 있다.

관리들이 기녀와 잠자리를 같이 할 경우에도 장형 60대에 처했다.

4. 성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관리도 장형에 처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명불허전'

권력과 유착해 성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관리에게도 엄벌이 내려졌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성종 3년(1472) 상주 목사 구치명과 판관 김언신 등은 성폭력 사건을 화간으로 조율해 감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돈을 받았다.

이 둘은 또 강간범을 감금하지 않고 도망가게 해 각각 장(杖) 100대와 90대의 처벌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모두 사형에 가까운 극형이었다.

5. 피해자 여성은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2TV '공주의 남자'

성범죄의 수많은 피해자가 경찰에서 2차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이런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적극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여성이 강간범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여성의 신분과 관계없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 방면하는 등 여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특히 여성의 신분과 상관없이 가해자에게 처벌이 내려졌다. 기녀라 하더라도 여성의 동의가 없었으면 강간으로 처벌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량에 참작하지 않았다.

6. 가석방을 허용치 않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혈의 누'

조선에서 강간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였다. 왕을 거스르는 '모반'과 맞먹는 대역죄로 취급돼 영원히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달고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종종 행했던 죄인 방면에도 강간을 저지른 죄인은 무조건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