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검찰이 여자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를 3년여간 성폭행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 대해 '그루밍 성폭행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그루밍'이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 신뢰를 쌓은 뒤, 유인·통제·조종 등의 방법으로 지속해서 성적 학대를 이어가고 폭로를 막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 30일 검찰은 수원지법 형사 15부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에서 공소장에 이같이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조 전 코치가 어린 심석희를 폭력 등으로 지배한 뒤 30여 차례에 걸쳐 추행한 내용과 위계를 이용해 성폭행을 거부하는 심석희를 협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도와 감독을 명분으로 교우관계를 통제하고 경기력 향상을 명분 삼아 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 복종해 이의를 제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간음을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그럼 앞으로 (선수 선발도) 공정하게 해보자'며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조 전 코치는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2달 전까지 여러 차례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조 전 코치가 심석희를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결론지었다.
심석희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 진술과 메모, 성폭행 관련 대화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 심석희 동료·지인 등 참고인들의 진술이 경찰 판단에 근거가 됐다.
한편 조 전 코치는 지난 1월 30일 상습상해 등의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열린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받은 후 상고하지 않고 복역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월 7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수원지검에 사건을 넘겨 이 혐의가 인정되면 조 전 코치의 형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