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토)

‘수염 기른’ 기장, 비행정지 시킨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만으로 기장에게 한 달 가까이 비행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기장의 손을 들어줬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기장 A씨는 2014년 9월12일 오후 김포공항 승무원 대기실 내 화장실에서 우연히 안전운항부문 B상무와 마주쳤다.

 

B상무는 이때 A기장의 턱수염을 봤고, 같은날 오후 6시 소속 팀장을 통해 면도를 지시했다. 

 

하지만 A기장이 "외국인 기장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거부하자 팀장은 오후 7시에 A기장이 조종할 비행 일정부터 곧바로 다른 기장으로 대체하고 같은해 10월10일까지 29일간 비행업무에서 배제했다.

 

A기장은 이 기간에 비행수당 324만여원을 받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에는 남직원은 수염을 길러서는 안 되고,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은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한다고 돼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기장이 낸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2일 재심신청을 받아들여 "비행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았을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먼저 "용모규정 위반이 징계사유라고 정하면서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 달 가까이 수염을 기른 채 일했지만 사측으로부터 그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고객의 민원 제기도 없었으며 비행기 운항에도 달리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노위는 "팀장이 독자적으로 기장을 비행임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음주 또는 과로 등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일지언정, 용모규정 위반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팀장의 업무명령으로 약 한 달간 비행정지 상태를 지속한 것은 인사재량권 남용으로 보는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기장은 비행수당 324만여원을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징계처분의 일종인 감봉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았다"며 "A기장에게 비행정지 처분을 즉각 내려야 할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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