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학 동안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학기 중에는 왕성했던 식욕이 다 어디로 도망가버린 건지 입맛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모든 게 귀찮았다.
나는 일주일 중 4일 이상은 씻을 때를 제외하고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SNS 속 친구들은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는 방학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우울해하기만 했다.
이런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비죽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러 밖에 나갈 때는 또 달랐다. 친구들과 신나게 울고 웃으며 수다도 떨고 음식도 곧잘 먹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또다시 극도의 우울감을 느꼈다.
특히 우울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때 오히려 우울감은 심해졌다.
이에 매일 같이 '내가 대체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집에 홀로 있을 때 이처럼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김병수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부교수는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언을 건넸다.
김 교수는 "'남들이 어떻게 사나?' 혹은 '남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곧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내 생각이 맞나?'와 같은 의문을 풀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 자신과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의 모습과 비교해 더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는 것은 곧 나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우울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몇 분간 자기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 위로 개미가 기어가거나 그 아래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라면서 "특정한 무엇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면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아닌 다른 것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쏟지 않은 채 나 자신에게만 몰두한다면 '나는 한심하고 무능해'라고 자책하게 되거나, 스스로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온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결점이 더 부각돼 보일 수 있어 더욱더 깊은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김 교수는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짐이 될 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렇게 우울감을 느낄 때는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해 결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위한 연습으로 김 교수는 '관찰자 연습'을 권했다.
관찰자 연습이란 그저 조용히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 그리고 느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는 것이다.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대체 왜?', '어째서?', '뭐가 문제지?'라면서 따진다거나 캐물으려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관찰하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질 수 있다.
이같은 김 교수의 조언은 사실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우울하다"라고 말하면 흔히 "우울함을 잊게 다른 일에 집중해"라고 위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운동한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우울감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오늘부터 나 자신에 집중하기보다는 멀찍이 떨어져 욕심과 강박을 놓고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