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방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낸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A 의료재단이 "징계위원회 사전조사를 거부한 근로자의 사표를 수리한 것을 부당해고라고 본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 의료재단의 진단검사의학과에서 30년을 근무한 임상병리사 김모씨는 지난해 인사국장 이모씨로부터 징계위 회부에 앞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급작스런 조사에 언짢아진 김씨는 항의하는 의미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는 2시간만에 수리됐다.
김씨의 잠정적인 징계사유는 상습적으로 지각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간호사들과 자주 마찰을 빚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지만 이미 사직서는 제출된 뒤였다. 당시 재단에는 병원의 적자와 관련해 경력자들의 근무 태도와 정년 보장 등을 문제 삼는 분위기가 있었다.
재단의 조치에 반발한 김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그의 주장을 인정, 김씨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에 불복한 재단의 소 제기로 재판이 열렸지만 법원의 판단도 중노위와 같았다.
재판부는 "당시 (인사국장) 이씨는 직원들에게 '위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며 "김씨와 같이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는 급작스런 조사에 항의하는 취지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여겨진다"며 "사표 수리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재단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