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혜연 기자 = "복숭아 한박스, 불고기, 오리고기... 냉장고를 꽉 채워놓고 간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학교에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한 것은 홀로 사는 노모를 챙기는 일이었다.
과일과 고기로 냉장고를 가득 채워 놓을 때만 해도 어머니는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렇게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밖고 떠난 이는 바로 1년 전 전북 부안 상서중학교에서 성추행 누명을 쓴 송경진 수학 교사다.
최근 송 교사처럼 억울하게 성추행 누명을 뒤집어쓰고 극단적 선택하는 이들이 늘자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며 이런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비판을 신중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당시 송 교사를 자살까지 몰고 간 '성추행 교사' 라는 꼬리표가 알고 보니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한 여학생이 핸드폰을 사용한 게 발단이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송 교사 아내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핸드폰 사용을 두고 혼내는 과정에서 여학생이 대들자 송 교사는 불손하다며 해당 여학생 팔을 잡았다.
그러자 여학생은 그냥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갔고, 야자를 빼먹고 귀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부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했다.
다음날 전교생이 19명밖에 안 되는 중학교에서 7명이 송 교사를 성추행범으로 몰며 학교는 발칵 뒤집혔고, 일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여학생과 다른 학생들은 '그런 일 없었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경찰은 내사 종결로 끝냈지만 송 교사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교육청이 성희롱으로 보고 대기 발령을 내린 후 계속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송 교사는 처음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교육청에서 '누명 씌운 학생들이 무고죄로 처벌받는다'고 말하자 자신의 결백을 포기했다.
이때부터 자신의 이름 뒤에 성추행 교사란 꼬리표가 붙은 기사가 쏟아졌고, 수천개의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오명과 치욕을 견딜 수 없었다. 홀로 사는 어머니 집으로 가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워두고 90만 원 용돈을 쥐어 드린 후 결국 주차장에서 목을 매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기 전까지 사회에서 얼마나 치욕스러운 나날을 보냈는지, 마음이 너무 쓰라린다. 진작 알았으면 내가 잡았을 텐데.."라며 땅바닥을 치고 통곡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마음 아프다", "죄 없는 교사 한 명을 죽여놓고 죄책감은 있을까", "안타깝다", "진실도 모르고 무조건 비난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등 씁쓸한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