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일본산 소재·부품, 반도체·스마트폰·가전에서 모두 다 빼겠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삼성이 이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이 행동력 면에 있어서는 글로벌 기업 최고이기 때문일까. 아직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일본 반도체 소재 업체가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머니투데이는 복수의 정·재계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A사(社)가 삼성전자 고위급 임원을 만나 '아베 총리는 우리가 설득할 테니 제발 우리 소재를 수입해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사는 고순도 불화수소,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3가지 소재는 지난달(7월) 4일부터 일본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품목이다.
일본 업체들은 현재 삼성과 거래가 끊기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으며, 향후 거래가 계속 이어지도록 물 밑에서 삼성 고위급 임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현지에서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가 자국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규탄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A사를 비롯한 일본 소재·부품 회사가 계속 삼성에 공급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그만큼 삼성이 중요한 고객이라는 방증.
삼성이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그간 일본 업체에게 수입하던 소재·부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본 업체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8월 13일 기준,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 이후 일본 정부가 허가한 수출 신청은 단 한 건. 하지만 삼성, 하이닉스, LG 등 그 어느 곳에서도 위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초반에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원활하게 수급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이며, 일본의 규제가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본 모리타화학공업은 중국 상하이 생산라인을 활용해 한국에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라케미파도 싱가포르에 생산한 소재·부품을 한국에 공급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