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수)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진짜 독립운동가가 쓴 글이 '진품명품'서 '0원' 판정받은 이유

인사이트KBS 'TV쇼 진품명품'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민간에 소장된 숨은 우리 문화재를 발굴해 그 가치를 살펴보는 TV프로그램 '진품명품'에 오래된 회고록 한점이 감정 물품으로 올라왔다.


비교적 보존 상태도 좋은 데다 글씨도 알아보기 쉬워 상당한 가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충격적인 감정가가 공개됐다. 바로 0원.


0원으로 책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숱하게 등장했던 '가짜'였을까.


지난 11일 방송된 KBS 'TV쇼 진품명품'에서는 1944년 전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회고록이 등장했다. 이 회고록은 한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상세히 담고 있다.


인사이트KBS 'TV쇼 진품명품'


일반 원고지가 아닌 세금계산서에 쓰여 있었지만 글씨가 바르게 적혀있어 내용을 쉽게 읽어 낼 수 있었다.


내용 중에는 "계유년 1933년 중국에 도착해 남루한 옷을 걸치고 한 발을 끌며 반벙어리 행세를 했다. 돈을 구걸하며 신분을 숨겼다"는 등 독립운동을 하며 겪었던 위기상황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 회고록은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동안 공개됐던 내용 중에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할 정도로 높은 가치가 있어 보인다.


또한 김구의 백범일지보다 독립운동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있다고 전해진다.


인사이트KBS 'TV쇼 진품명품'


드디어 감정가를 알아보는 시간, 엄청난 속도로 가격이 올라가더니 갑자기 0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나온 0원이라는 감정가를 내놓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이 기록이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그 나라를 잃은 많은 애국자들이 목숨을 바친 흔적이 남아있다.


이분들의 흔적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 이 분들의 행적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추산할 수 없다"


인사이트국사편찬위원회


즉 너무 귀해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것.


알고 보니 이 회고록은 독립운동가 이규채 선생님의 자서전 습작 연고였다.


이규채 선생님은 3·1운동 당시 창신서화연구회를 창설하여 항일투쟁을 전개한 후 상하이로 망명, 1924년 임시정부 의정원이 된 인물이다.


이후 1930년에는 한국독립당 창설에 참여하여 참도장 등으로 활동하는 등 일제에 강하게 저항했으며 1932년에 벌어진 만주 쌍성보전투에 직접 참전했다.


인사이트KBS 'TV쇼 진품명품'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온 이규채 선생님의 생애가 적힌 이 회고록.


감정을 의뢰한 증손자 이상옥씨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해당 회고록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와 그 귀중한 기록이 담긴 사료를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후손의 진심이 현 시국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인사이트KBS 'TV쇼 진품명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