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자신을 공익(사회복무요원)이라 속인 채 부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 재팬'(NO JAPAN) 현수막을 훼손하고 다닌 17살 청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1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7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재팬(NO JAPAN) 깃발을 보고 펜과 가위를 가져와서 손괴했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난 반일감정에 선동되는 '대깨문'이 아니다"라며 "길 가다 현수막들 보이길래 펜과 가위 가져와서 다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꾸준히 지지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속 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현수막들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조현병'과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현수막마다 "불만 있으면 찾아와라", "대깨문을 다 죽이겠다" 등 과격한 발언을 적어놓았다.
또, 게시글 마지막에 자신을 '공익요원'이라 소개하며 '4년제 대학 재학', '조현병·정신병적장애' 등의 인적사항이 찍혀있는 사진을 인증했다.
112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4번 출구 앞에 걸어둔 '노재팬 바르게 알고 바르게 구매하자'라는 내용의 현수막 끈이 잘린 것을 발견했다.
현수막은 바르게 살기 운동 동래구 협의회에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경찰은 용의자 인상착의 파악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께 피의자가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자신이 'NO 재팬' 현수막을 무더기로 훼손했다고 자백했다.
알고 보니 피의자는 사회복무요원도, 대학생도 아닌 17살 청소년이었다. 피의자 A군은 조현병 등으로 11년 동안 정신병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고등학교는 다니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피의자가 온라인상에 게재했던 '나는 사회복무요원이다'와 같은 내용은 모두 허위로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정신병을 앓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가 내건 현수막을 훼손할 경우 재물손괴죄에 의거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개인이 내건 '불법 현수막'이라 할지라도 임의로 훼손, 손괴할 경우 마찬가지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이는 일반 시민에게 그것을 처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