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수)

"훈련 중 간부 지시로 '사고'났는데 소송 당하고 '수억원' 돈까지 물어내야 합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Facebook '대한민국 육군'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어찌하여 젊은이가 국방의 의무를 하다가 훈련 중에 사고가 났다고 민사소송까지 받아야 합니까?"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던 청년은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살인범'이 됐다.


훈련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인 데다 간부의 급작스러운 지시에 따른 차량 전복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청년은 '군인'이라는 이유로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합의금 전부를 보상해야 했다.


인사이트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지난달 16일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운전병 입대, 훈련 중 사고, 형사재판, 그리고 민사재판 진행 중"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제대한 운전병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아들이 훈련에 참여해 군용 트럭에 탄약을 싣고 이동 중 갑자기 우회전하라는 상관의 지시로 핸들을 돌렸으나 화물이 쏠리면서 부사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A씨 아들은 전역 후 형사재판을 치르게 됐고 형사합의금과 변호사 비용 등을 온전히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현행 군용차량 보험은 피해자가 민간인일 경우에 한해 보험처리가 된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다만 피해자가 국가배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군인일 경우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한 '이중배상금지' 규정 탓에 보험 적용이 불가하다.


이러한 까닭에 국가를 위해, 국가에 의한 훈련을 수행하다 '지시'를 받고 한 행동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일으킨 청년은 졸지에 교통사고 가해자이자 살인범이 되고 말았다.


비난도 오로지 혼자 짊어져야 한다. 


만약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수억원의 비용과 양쪽 변호사 비용, 재판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던 '운전병'이 부담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한편 사고를 낸 운전병이 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사비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군 복무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아들이 몰던 차에 탑승했던 사병 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운전병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