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자 2소대 이제부터 숙영지 편성한다. 디지털·민무늬 짝 맞춰 텐트 치고 배수로 준비할 수 있도록"
휴가를 일주일가량 남기고 A 상병은 사단급 훈련에 참여하게 됐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 숙영지 편성 시간이 됐다. 상병쯤 됐으니 텐트 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평한 땅을 골라 돌을 골라내고 본격적으로 텐트 칠 준비에 나선다. 그런데 문득 그는 의아함이 들었다.
'원터치 등산용 텐트도 5만원이면 사는 시대에 왜 군대는 아직도 몇십 년 된 구형 텐트를 쓰는 걸까?'
A 상병은 효율성과 신속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구형 텐트를 설치하면서 내내 이 생각을 머리에서 떨칠 수 없었다.
위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리꾼의 사연을 재구성한 글이다.
과거 2011년부터 육군은 신형 텐트를 일선 부대에 보급했으나 최근까지도 신형 텐트를 쓰는 부대는 많지 않다.
2010년대까지 군 생활을 해본 이라면 A형, D형 텐트를 한 번쯤은 보거나, 설치해봤을 것이다.
구형 텐트는 설치 과정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땅 고르기, 돌 제거, 바닥 비닐 깔기 등 1차 작업 후에 본격적으로 텐트 설치에 돌입한다. 내부에 사용될 민무늬 텐트를 꺼내 펼친 후 긴 폴대를 꺼내어 구멍에 맞춰 넣는다.
이렇게 뼈대를 완성한 후 디지털 텐트를 꺼내 폴대를 텐트 양 끝 구멍에 넣어야 하는데 이것도 금방 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서 텐트를 완성했다 해도 고정을 해야 하니 고리를 텐트 사방에 있는 구멍에 고정시킨 후 야전삽으로 수 차례 땅에 박아넣어야 한다.
이렇게 분대원 모두가 달려들어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텐트 '1개'가 완성된다. 소위 '짬'이 어느 정도 찬 상·병장이라면 그나마 수월하게 치겠으나 일·이병에게 텐트 치기란 고난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한 번 누르면 5초 만에 펼쳐지는 국방색 원터치 텐트도 몇만원이면 사는 시대에 너무 비효율적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방부와 육군 역시 이를 인지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육군은 내년까지 모든 부대에 신형 텐트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나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