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주변 몇백 미터 안에 아무도 없는 공간, 그 어떤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순간, 나보다 힘이 몇 배는 강한 누군가가 갑자기 성폭행을 하려 든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마도 있는 힘껏 저항하고 거부하면 강제적 성관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범죄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성폭행 상황을 견디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성폭행을 받아들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이미 상대방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마음을 죽이기로 결심한 '악마' 성폭행범은 피해자의 신체 일부 혹은 목숨까지도 훼손시킬 결심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극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성폭행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해 저항하다가 몸의 일부가 '불구'가 된 여성들이 많고, 죽임을 당한 사례도 많다.
죽임을 당한 이들을 보면 너무나도 잔혹하게 살해를 당했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2012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간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 오원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오원춘이 있는 앞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살인마 오원춘에게 '토막살인'을 당했다.
이처럼 성폭행범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탄로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살인'을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결국 최악의 공포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성폭행 상황을 견디고 목숨을 보존한 뒤 신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어찌 됐든 살아야 한다는 뜻도 그 조언에 담겨 있다.
이 현실적인 조언은 듣는 이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준다. 사실 성폭행을 당해본 사람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고 말한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 죽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죽어 마땅한 이는 누군가를 죽일 각오까지 한 채 성폭행을 한 가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