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한 판 붙었다.
지난 18일 박 장관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가해 '축적의 시간과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와 관련해 "중소기업도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안 사준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로,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다.
박 장관은 또한 "이런 위기일 때 대기업을 중소기업과 연결해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 중에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날 앞자리에서 박 장관의 강연을 들었던 최 회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긴 하지만 품질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정마다 분자의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해법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일본에 필요한 도움은 받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의 반응을 뒤늦게 접한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한 번 글을 남기며 최 회장을 '저격'했다.
그는 "제주포럼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품질·순도 문제 기사를 보았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R&D(연구개발)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라며 "모든 것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