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진주 아파트 살인사건' 당시 관리소 직원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25일 경남일보는 '진주 아파트 살인마' 안인득에 맞서며 주민 대피를 도운 관리사무소 직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17일 아파트 당직 근무를 서던 정연섭(30)씨는 당시 현장에서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정씨는 안인득의 방화로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자 해당 층에 올라가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화재 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안인득이 나타나 정씨의 얼굴에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는 상처 부위를 부여잡고 다른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심지어는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다른 부상자를 우선 수송해달라고 요청한 후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정씨는 좌측 광대뼈 골절과 내부 신경 손상을 입어 상해 36일 진단을 받았다. 얼굴 안쪽에 핀을 박았고 얼굴 오른쪽으로만 겨우 식사가 가능하다.
전치 20주 진단을 받고 산재보험의 휴업급여를 신청해봤지만 다친 부위가 얼굴이어서 단 1일 치만 지급받았다. 1일 치는 고작 6만원이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손발은 다 움직이니 근무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주간의 입원 후 통원 치료를 다니다 경제적 문제로 6월부터는 다시 아파트로 출근했다.
하지만 끔찍한 기억을 남긴 범행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씨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정씨는 7월부터 3개월간 '무급 병가'에 들어간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휴업급여를 못 받는 상황이 안타까워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더라도 출근해 월급을 받아갈 것을 권했는데 서로가 더 힘들어져 안타깝다"고 매체에 전했다.
정씨 역시 "직원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대신 대체 인력이 들어와야 그들이 업무로 정상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급 병가'를 앞둔 정씨에게 가장 간절한 '휴업급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소견서까지 추가해 새로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씨 얼굴에 깊게 새겨진 흉터는 산재 적용이 되지 않아 검찰 범죄피해자지원심의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4월 17일 오전 4시 35분경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안인득이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