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말한다.
“<노르웨이의 숲> 읽어봤어?”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여자가 천진난만하게 “아니요” 대답한다.
남자는 <노르웨이의 숲>이 얼마나 훌륭한지,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감동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일독을 권한다. 여자는 하품을 참는다. 끝에 남자가 이렇게 덧붙이기 전까지는.
“그리고, <상실의 시대>도 꼭 읽어봐. 정말 좋아.”
이럴 때 여자들은 묻고 싶다. “이 남자,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노르웨이의 숲>과 <상실의 시대>가 같은 책인 줄 몰랐던 남자를 어찌 탓할 수 있으랴, 남자들의 이 기막힌 허세가 단지 그들의 ‘성격’탓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자들이여, 허세남들을 너무 싫어하진 말자. 그들이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애처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여성들이 주변에 있거나 여성을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남성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 언론매체 월스트리트 저널 은 그간 남성 행동 경향을 연구한 논문들을 인용해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2008년 <진화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남성들은 여성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단횡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버스에 치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멍하게 서 있다고 한다.
일부 남성들에게 무단횡단이란, 자신이 주체 못할 정력을 지난 로마 검투사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란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남자들은 ‘애처롭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 논문들에 따르면, ‘이성(異性)을 연상시키는 신호들을 주면, 남성들은(이성들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블랙잭 게임을 할 때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통 크게 지갑을 열며, 사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싱글남성의 경우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성을 연상시키는 단서들을 제시하더라도, 여성들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여자들이 가까이 있을 때 남자들이 ‘허세를 부리는’ 성향은 폭력성 또한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과 경쟁상대에 있는 다른 남성을 무찌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가 옆에 있을 때 전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관세와 같이 따분한 이슈에 대한 견해는 결코 달라지는 법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들도 자신들이 폭력성을 발현했을 때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상황에서만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바람직한 방식의 보상만 주어진다면, 이들의 폭력성은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연구들은 여성을 떠올리면 남성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용맹함과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는 한가지 공통적인 결론을 내렸다. 암컷의 환심을 사려고 꼬리 깃털을 활짝 펼치는 수컷처럼 말이다.
꼬리 깃털을 펼치는 수컷에게 너무 매몰차게 굴지는 말자. 그들의 이 우스꽝스러운 경향은 때로 승부근성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