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대한민국은 '택배 천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오고 간 택배 물량은 약 25억 4천만 개에 달하며, 같은 기간 국내 택배시장에서 발생한 총 매출액은 5조 6,673억원이다.
3년 전과 비교해 무려 30% 폭풍 성장한 수치다.
국내 온라인 쇼핑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택배 시장이 전에 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택배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와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배송량은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300~400 박스 정도다.
택배기사의 수입은 박스 당 배송 수수료로 주어지는데, 물건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개당 대략 700~800원 수준이다.
흔히 "택배는 땀 흘린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수익이 고스란히 택배기사의 주머니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택배기사는 매달 임금을 받는 월급쟁이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사업자다.
부가세, 유류비, 통신료, 보험료, 차량관리비 등 각종 세금과 경비는 모두 본인 몫이다.
철저하게 지켜지는 근무시간, 최소한의 복지혜택 등 월급쟁이가 누리는 모든 혜택은 애초에 포기해야 한다.
대다수의 택배기사는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을 훌쩍 넘겨 일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화물운송시장 동향'을 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 15분이다.
여기에는 분류작업, 서류작업, 영업 등 배송 외 다양한 업무들이 포함돼 있다. 실제 물품 분류 작업의 경우 하루 최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최근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법을 제정해 ▲택배요금 정상화 ▲주5일제 도입 ▲분류작업 개선 ▲산재보험 전면적용 ▲고용안정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이 과연 실행 불가능한 것일까. 빠른 배송으로 유명한 C사의 사례를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C사는 수 천명에 달하는 배송직원을 직고용해 '월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와 4대 보험 및 가족까지 포함한 실손보험, 유류비 지원, 계절별 유니폼 제공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배송직원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 등 오롯이 배송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택배법 관련 내용이 결코 이기적이거나 허황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우리의 일상에 즐거움 및 편의성을 가져다주는 택배.
"요즘 아이들은 부모보다 택배를 더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택배는 일상 속 빼놓을 수 없는 행복 요소가 됐다.
그런 만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 뒤에는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택배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