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혜연 기자 =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누지 않도록 끝까지 지키려는 부사장들의 노력이 눈물겨운 모습이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부사장급들이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꼬리를 자르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지금까지 삼성전자 부사장 3명을 포함한 임직원 8명이 구속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5명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이며, 보고 계통이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으로 이어진다.
그런 만큼 검찰은 증거인멸의 최종 지시자를 정 사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옛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브레인으로 꼽힌다.
그는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KBS에 따르면 정 사장은 검찰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애매한 진술로 혐의를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 행위를 몰랐다는 '모르쇠'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부사장들도 정 사장의 개입에 대해선 한사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꼬리 자르기'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3명의 상무급 임원들은 구속 직후 '윗선'의 지시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장들이 이처럼 상무급 임원들이 실토한 것과는 다르게 정 사장의 개입을 부인하는 것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을 지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게 인정되면 그 이유를 추궁받게 되고, 결국 수사의 핵심인 회계부정 의혹을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으로 수사가 향하는 걸 막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정 사장 너머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의리 넘치는 전략이 끝까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를 곧 마무리 하고 앞으로는 분식회계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