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배달의민족 라이더로부터 '이성적 만남'을 요구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이 등장했다.
제보자 A씨는 지난 7일 금요일 배달의민족 '이용자 안심번호 서비스'를 이용해 음식 배달을 시켰다.
안심번호는 배달의민족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로, 연락처에 가상의 전화번호를 적용해 이용자 개인정보가 업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A씨 역시 안심번호를 이용해 배달의민족에서 음식 배달을 시켰으나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음식을 받으러 나가던 중 라이더와 길이 엇갈리자 A씨가 라이더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그는 안심번호 서비스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자신이 직접 발신할 경우에는 개인 전화번호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A씨의 번호를 알게 된 라이더. 그는 새벽녘 A씨에게 "마음에 든다", "만나자", "신고하지 말라" 등 수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심각한 불안과 위협을 느꼈다.
카카오톡에 자신의 얼굴 사진까지 고스란히 올려두고 있었기에 충격은 더했다. A씨는 곧바로 배달의민족 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제대로 된 보상안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측은 그에게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갈 것을 권유했다. 이삿짐센터 비용을 대준다는 말도 함께였다. 또한 힘들면 정신과를 다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A씨에게 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현재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동원해 A씨를 케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A씨가 계속해서 심각한 불안감을 느낀다면 휴대폰 번호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을 권유한 건 맞다. 또한 원한다면 이사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말했으나 이는 모두 A씨의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주기 위한 의도였다. 정신과 진료나 심리치료 상담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라이더를 업무 시스템에서 즉각 배제시켰으며 A씨의 연락처를 삭제하도록 조치했다. 앞으로도 다시는 연락하지 않도록 일러뒀고 본인도 그러겠다고 대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안심번호 서비스의 맹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A씨는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배달원에게 발신을 할 경우 안심번호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휴대폰 번호가 노출된다는 점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 역시 "안심번호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발신을 하게 되면 상대방(라이더)에게 고객의 연락처가 노출된다. 이 점에 대해 아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추가적으로 공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안심번호는 전화를 받을 때만 유효하며, 가게나 라이더에게 전화를 거실 때에는 고객님의 실제 번호가 노출되니 주의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앱 내에 추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