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폭력이라는 두려움 앞에 강제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저희 아버지의 억울함을 제발 풀어주세요"
자신보다 12살 어린 동료 직원의 무자비한 폭행과 폭언에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 무너지고 말았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통영 공설화장장, 강제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직원… 재수사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 A씨의 자녀라고 밝힌 청원인은 "저희 아버지께서 지난 5월 30일 오전 근무하시던 통영 공설화장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피해자 A(52) 씨는 10년이 넘게 해당 화장장에서 성실히 근무를 해왔고 매일 등산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등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이었다.
올해 1월, A씨가 일하는 화장장에는 가해자 B(40) 씨가 새롭게 입사했고 A씨와 B씨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그 이후부터 A씨는 B씨로부터 수차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왔지만, 가장이라는 이유로 홀로 외로이 참아왔다.
그러나 B씨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졌다. 같이 있었던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B씨는 식사 중 A씨의 국그릇을 빼앗아 머리에 국을 붓고, 깨진 병이 있는 곳으로 A씨를 미는가 하면, 틈만 나면 A씨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그때마다 B씨는 "나는 빽있고 높으신 분들 많이 알고 있다", "내가 조선소에서 일할 때 왜 '싸움닭'이라고 불렸는지 보여주겠다"면서 끝이 날 때까지 괴롭히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폭행이 심한 날에는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가족 모르게 출근 후 조퇴를 하고 혼자 조용히 병원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B씨는 A씨에게 "일 바빠 죽겠는데 안 하고 빠지냐"고 말하며 그를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몰아갔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그것도 모자라 B씨는 A씨 가족을 들먹이며 욕을 하고 "그러고 왜 사냐?"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후 A씨가 폭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챈 A씨의 아내가 몇 번이나 통영시청에 방문해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해달라", "함께 근무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시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 사건 전날, 이날도 B씨의 폭언과 폭행은 계속됐고 오후 4시 반께 A씨는 자신의 아내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경찰을 불러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A씨의 아내는 통영시청에 전화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가해자와 통화해서 사실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말뿐이었다.
끝날 줄 모르는 폭언과 폭행에 결국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경찰은 A씨의 죽음을 단순 자살 사건으로 종결했다. A씨의 죽음 이후 시청에서는 가해자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유족들은 경찰에 "단순 자살이 아니니 자세히 조사 좀 해달라"고 부탁하며 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A씨의 휴대전화를 증거로 제출했다.
녹음 파일에는 온갖 욕설, 폭행 당시 맞는 소리와 A씨의 비명소리, 그리고 죽음을 결심하고 가족에게 전하는 유언이 담겨있었다. 그의 유언은 이러했다.
"억울해서 더는 못 살겠다.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봐 가슴이 '덜덜' 거린다. 아무리 시청에 이야기해도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하려나"
청원인은 "도대체 왜 자꾸만 시청과 경찰서에서는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지, 분명 증언을 해주겠다던 증인들은 왜 말이 바뀌는지 모르겠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나아가 직장 내 폭력을 알리기 위해 이 사건을 재수사해서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길 원한다"고 간청했다.
통영시청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본인들을 불러 다투지 말라고 여러 차례 중재했다. 현재 자살로 종결이 낫지만, 아직 두고 보고 있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가해자 B씨는 사직서를 내고 퇴사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청과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원 글을 본 누리꾼들은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충격적이다", "우리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가만 안 둘 것 같다", "너무 화가 난다", "40살이나 돼서는 저런 짓을 하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13일 오후 2시 기준 해당 청원은 약 8천 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