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충성심 강한 직원 vs. 의리 없는 직원

 

헤어스타일리스트 부터 굴착기 운전까지 못하는 일이 없어 슈퍼 '갑'의 위치에서 일하는 계약직 '미스 김'(김혜수 분). 직장인들의 로망을 그린 드라마 [직장의 신] ⓒKBS


만약 회사에서 무능력한 상사를 승진시켜 준다거나, 오류가 많은 기술을 상품화 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에는 유독 애사심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회사는 그저 지정된 시간에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곳일 뿐이라며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이들도 있다.

 

애사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며 회사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전체 사원이 공유하는 기준이나 가치가 위반됐을 때 극도로 불쾌해한다. 반면 회사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람들은 아침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그저 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기업 이상주의자의 진화(The Evolution of a Corporate Idealist)의 저자 크리스틴 베이더(Christine Bader)는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정유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륨(BP)의 존 브라운 CEO가 온실 가스를 반드시 감축하겠다는 연설을 듣고 BP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애사심이 매우 강했다. 이후 BP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 지역사회 관계와 안전,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BP정유소가 폭발하고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점점 회사에 실망하게 되었고, 전혀 다른 비전을 가진 신임 CEO가 임명되면서 베이더는 BP를 퇴사했다.

 

“BP라는 기업을 무척 사랑했기 때문에 BP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마치 내 정체성이 흔들린 느낌이었다.”

 

회사 안팎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인 변화 만들기(Make Waves)를 집필한 패티 존슨(Patti Johnson)은 애사심이 강한 사람들은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여과되지 않은 뜨거운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문제를 분석하고,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이성적으로 가려내라는 것이다.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팀이나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라는 판단이 들 때 비로소 의견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댈러스 소재 컨설팅 회사인 피플리절츠(PeopleResults)’의 패티 존슨 CEO그렇지 않으면, 그 문제가 온통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자칫'일 중독자'가 되기 쉽다. ⓒshutterstock

 



 

애사심이 넘치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발언하도록 장려하는 기업도 있다.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업체 허브스팟(HubSpot)’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더메쉬 샤(Dharmesh Shah)는 직원들의 의견을 매우 존중한다. 그는 사내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고 반대 의견도 경청한다.

 

그러나 때때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애틀랜타 소재 컨설팅 회사 프로페셔널리즘 매터스(Professionalism Matters)’의 데이나 브라운리(Dana Brownlee) 사장은 승진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다면 윗선에서는 방어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감정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 담담하게 물어볼 여유가 생길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팀장이 임원진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승진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팀원들에게 받았다. 의사 결정 과정을 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침묵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서에서 실수가 벌어지고 있다면, 상사와 의논하는 것이 좋다. “혹시나 들어두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 생각을 한 번 공유해보고 싶다는 식의 정중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면 어떨까.
 

굳이 애사심을 논하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만큼 회사생활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내 인생을 대충 살수는 없잖은가? ⓒshyboy.net

 


갤럽은 2년에 한 번 애사심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다. 그 결과, 응답자 3명 중에 1명이 자신이 하는 일이나 다니는 직장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이다, 몰두하고 있다, 열성적이다, 헌신한다고 답한 사람은 30%였다.

2010
년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는 28%가 이런 대답을 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일에 애착을 보였다.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여성은 33%인 반면, 남성은 28%였다.

 

회사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프리랜서 스타일직원은 회사가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회사에서 일어난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애사심이 강한 직원이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국가 공인 간호사인 린지 펜더는 새로운 연구와 치료 기법에 관심이 많다. 26개월 전, 그녀는 약혼자를 따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큰 병원에서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이직했다.

그런데 옮긴 병원에서는 영아에게 구식 방법으로 호흡을 시키고 있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했었던 그녀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잘난 체 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기 싫었던 그녀는 동료들을 조용히 관찰했다. 그녀는 상사에게 새로운 치료 기법에 관한 논문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또한 다른 간호사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했다. 그녀는 아군을 확보하고 치료를 개선하는 전담팀에 합류했다. 새로 부임한 수간호사는 그녀의 의견을 지지했다.

 

최근 린지 펜더는 약혼자와 함께 필라델피아로 다시 돌아갔다. 그녀는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 복직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병원은 그녀가 제안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당 부분 채택했다. 그녀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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