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별한 다음 날, 왠지 모를 편안함과 자유로운 기분에 이런 자신이 신기하면서 '이별 또한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며칠 못가 허전한 마음에 가슴은 점차 아려온다. 무덤덤한 척 해보려 애를 써보지만 밤이면 쿵쾅대는 심장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이 이어진다.
그와의 추억을 지워보려 앨범을 꺼내놓고 한 장씩 사진을 지워도 보지만 사진 속 행복했던 그때의 추억은 이내 눈앞에 선명해진다.
그렇게 옛사람을 떠올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상처는 겹겹이 쌓인다.
특히 이 시기에 일상을 영위하다 문득 연인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여기 헤어진 후 당신이 이별한 연인을 떠올리게 되는 슬픈 순간을 모아봤다.
헤어진 후 처음 맞이한 혼자인 일상에서 할 일이 없을 때
헤어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주말 아침.
전이라면 아침부터 그를 만날 생각에 분주했겠지만 그가 없는 지금은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TV를 켜봐도 재미는 없고 '그는 지금 무얼 할까'라는 궁금증만 커진다.
한때 내 세상이었던 그가 없는 지금은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와 함께 걷던 곳에 닿을 때
봄이면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함께 자전거를 탔고 여름이면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가을이면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청계천을 걸었고 12월 31일 보신각에서 손을 맞잡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헤어지고 난 후 내가 걷고 있던 모든 길과 모든 장소가 지난날 그와 함께 머물던 곳이었다.
SNS에서 그의 계정을 발견할 때
이별한 다음 친구는 물론 가족과 대화하는 것도 싫어진다. 혹여 헤어진 그의 안부를 묻거나 되지도 않는 위로가 전해져 마음의 상처만 더욱 커질 듯해서다.
유일한 소통의 창구는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작은 화면 속 SNS다. 그 안에서 웃음거리, 가십거리, 감동거리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우연히 그의 계정을 발견한다. 이미 그와 나의 세상은 얽히고 얽혀 SNS에서 완전히 이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알면서도 SNS를 기웃거리는 이유. 우연히 잠깐 스치더라도 그의 안부가 궁금해서다.
가사가 슬픈 이별 노래를 들을 때
그가 사라져 허전한 마음을 잔잔한 음악으로 채워 보지만, 빈 마음에 가사의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무렇지 않게 흥얼거리다가도 이내 노래 가사가 그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노래를 꺼보기도 하고 목청껏 불러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잊을 수 없는 건 어떤 경우든지 똑같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