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신림동의 한 빌라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을 시도한 남성 A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돼 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 29일 관악 경찰서는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폭행과 협박 등이 동반돼야 한다. 현재 확보한 CCTV 영상만으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A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문이 1초라도 늦게 닫혔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A씨에게 강간 미수가 아닌 주거 침입 혐의를 적용한다는 사실에 많은 시민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의자 A씨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30일 현재 7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벌거벗은 상태로 한 여성의 집 문을 열려고 시도했던 남성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범인은 나체인 상태에서 혼자 사는 한 여성의 집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피해 여성이 직접 CCTV 영상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범인에게 과태료만 부과하고 돌아갔다.
과태료는 행정법에서 일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가벼운 벌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부담해서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돈으로 보통 2,000원~5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과태료의 경우 형법상 형벌이 아니어서 과태료 납부자에게 전과가 남지도 않는다.
이번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속 A씨도 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선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 여성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세입자였고, A씨는 밖에서부터 피해자를 미행에 주거지까지 따라왔다는 것이다.
즉 A씨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주거침입죄를 적용하는 방법뿐이다. 이마저도 성립되지 않는다면 A씨 또한 과태료 처분으로 끝날 수 있다.
주거침입죄에서 정의하고 있는 '주거'에는 주거 자체를 위한 건물 이외에 정원, 계단, 복도, 지하실 등도 주거에 포함된다.
따라서 피해자 여성의 거주지 복도와 계단을 어슬렁거린 A씨에게는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 이 경우 과태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A씨에게 전과가 없다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날지도 모른다.
현재 A씨와 같은 범죄가 가벼운 처벌로 끝날 경우 비슷한 범죄가 만연해지진 않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여기저기서 이번 사건도 강간 미수로 처벌할 수 있게 성폭력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주거침입의 목적이 성폭력에 있다면 가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씨의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