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SF 문학으로 배우는 미래 생존기,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인사이트웨일북


[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어떤 메뉴로 준비해드릴까요 손님? 드시고 가세요?"


패스트푸드점에 방문했을 때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는 직원에게 당연하게 듣던 말이다.


이제는 '옛일'이 되어버렸다. 매장 내에는 상냥한 직원의 목소리 대신 내 몸집보다 큰 기계가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기계 앞으로 가서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계산을 한다.


이는 급속한 정보통신 및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기계들은 사람이 했던 일을 도맡으며 점점 자율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인간과 기계,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든 기술에 도리어 인간이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지난 4월 출판사 웨일북은 '인간'이 갖는 고유성을 탐구한 책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를 펴냈다.


저자 송은주는 과학기술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고, 향후 변화될 삶을 이해하려면 전문 지식보다 전체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그 답을 SF 문학에서 찾았다.


평소 '과학'과 '문학'의 접점을 찾는 데 애써온 그는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 및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과학기술로 변화된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는 이론인 '포스트휴머니즘'에 입각해 상황을 진단해나간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엑스 마키나'


이 책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나를 보내지마' 등 11편의 SF 작품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이 변화시킨 미래 사회의 풍경을 촘촘하게 담았다.


책의 1부에서는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발달된 미래 사회에 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문학과 예술 작품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소개한다.


2부~5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SF 소설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인간이 인간인 이유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기술과 더불어 살아갈 길 모색해야


저자는 이미 정보 기술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술을 버리거나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즉,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일례로 기계와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우리 자신이 얼마나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좀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기계는 우리의 좋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범용 지능을 갖추진 못해


인간을 압도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엄청난 기억 용량과 빠른 연산 능력 등 일부 특화된 분야에 제한돼 있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들, 인간처럼 바둑도 두고 글도 쓸 수 있는 범용 지능을 갖추지는 못한 셈이다.


고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정서적 유대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단순히 연산 속도를 높이거나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넘어 감정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복제인간과는 달리 타인과의 관계성 가져


저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마'를 인용해 인간과 복제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복제인간은 미래와 과거가 연결되지 않는 고립된 존재들이라 결핍이 있고 불완전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인간은 독립된 개인으로서 누군가의 부모, 자식, 친구로 존재하며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곤 한다.


인사이트웨일북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다룬 책들은 이미 시중에 많이 널려 있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이유 및 미래 통찰을 통해 우리가 걸어갈 길을 알려주는 도서는 흔치 않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고 싶다면 짧은 시간을 투자해 이 책을 탐독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