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최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과 편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현병 외에도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타인의 따가운 시선에 괴로워하고 있다.
21살 대학생 A씨도 이런 고민으로 매일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A씨는 꿈에 그리던 첫 연애였지만, 오히려 큰 고민이 생겼다.
사실 A씨는 어린 시절 생긴 아픈 기억 때문에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어릴 적 A씨의 아버지는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을 술에 취한 채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A씨에게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도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A씨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던 A씨는 그 충격으로 학교에 가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늘 울며 칩거하다시피 지냈다.
도저히 혼자 견디기 힘들었던 A씨는 상담을 받기 위해 간 정신의학과 병원에서 조울증 판정을 받았고 그 후 지금까지 2년 동안 상담을 받으면서 약을 복용하고 있던 것이다.
A씨는 이제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친구가 자신의 곁을 떠나버릴 것만 같고, 말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괴로울 것 같았다.
또 말하지 않다가 나중에 남자친구가 알게 돼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할까 두렵기도 했다.
A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제가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꼭 말해야 할까요? 감추면 속이는 게 되나요?" 하며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울증이 최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조현병'과 이름이 비슷해 오해할까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사랑한다면 남자친구가 감싸줄 것 같으니 말하는 게 좋겠다", "미리 말하지 않으면 속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니 말해야 한다" 등 '감추면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솔직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신뢰가 두텁지 않을 때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일단 말하지 않고 조금 지난 뒤에 신뢰가 굳어졌을 때 말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A씨와 같이 가볍든 중하든 자신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자신을 다르게 볼까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털어놓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는 관계에서는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정신 질환'에 대해 많이 닫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남자친구라면 어렵게 털어놓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