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이재용 지키려 바닥까지 뜯어 PC 서버 빼돌린 삼성그룹 계열사의 충성심

인사이트(좌)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자회사 이어 삼바 본사도 증거 인멸 정황 드러나 삼바 공장 바닥 마루에 회사 서버와 노트북 은닉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모두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에피스의 경우 팀장급 직원의 자택에 회사 공용 서버를 통째로 보관하고 있었으며, 삼바는 공장 바닥의 마루를 뜯어내 회사 서버와 노트북을 숨겼다.


삼바와 에피스가 증거를 숨긴 시점은 지난해 중순께.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기 전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7일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소재한 삼바 공장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2월 해당 공장을 압수수색한 지 5개월 여만에 다시 방문한 것.


기사와관련없는자료 사진 / gettyimagsBank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sBank


삼바 본사서 증거인멸 시도 정황 최초로 드러나 바닥에 은닉한 기기 잘 지워졌는지 확인까지 해 


이날 수사팀은 그간 확보한 삼바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공장을 다시 수색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회사 서버와 노트북이 발견된 곳은 다름 아닌 삼바 공장 바닥이었다. 바닥재까지 겹겹이 뜯어낸 결과, 전기 배선 등이 깔린 바닥 아래 공간에서 노트북과 회사 서버가 발견됐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바 본사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최초로 드러난 셈이다.


증거를 숨기는 것도 삼성이하면 다른 것일까. 수사가 본격화된 올해 초에는 바닥에 은닉한 기기 몇 대를 꺼내 자료가 잘 지워졌는지 확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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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대리급 직원에 증거인멸 혐의 구속영장 자회사 에피스도 팀장급 직원이 구속영장 받아


검찰은 삼바 보안 실무책임자인 대리급 직원 A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폰에 담긴 회계 자료나 내부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또 회사 서버를 떼어내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삼바뿐만 아니라 자회사 에피스에서도 증거인멸이 진행됐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증거인멸 혐의로 에피스의 팀장급 직원을 긴급 체포해 조사하던 중 그의 자택에서 회사의 공용 서버를 발견해 압수했다.


발견된 서버는 에피스 내부에서 임직원들이 문서를 저장하거나 열람하는 용도로 사용된 대용량 공용 서버다. 회사에서 공동으로 중요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저장할 때 사용하는 서버가 직원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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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후신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지시해"이렇게까지 해서 숨긴 서버엔 뭐가 있을까?


검찰은 삼바 본사와 자회사가 비슷한 시점에 직원들이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 계열사에서 그룹 차원의 승인 없이 직원이 회사의 공용 서버를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시선이다.


현재 검찰은 삼바와 에피스 모두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지난 2017년에 사라진 미래전략실 후신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바와 에피스의 증거 은닉 과정. 이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숨긴 서버에는 도대체 어떤 자료가 담겨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편 삼바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회사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삼바는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대주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