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어제(3일) 성수동에는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미국의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이 한국에 상륙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의 오픈을 기대해온 만큼 전날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수백명이 대기하는 등 그 열기는 뜨거웠다.
이런 가운데 이들과 같이 블루보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대기하던 한 커플은 커피 한 잔 때문에 냉전 상태에 빠졌다.
4일 페이스북 페이지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에는 블루보틀 커피를 맛보려다 오히려 여자친구와 기분만 상했다는 한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며칠 전부터 블루보틀 커피를 꼭 마셔보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꼭두새벽부터 성수동으로 향했다.
사실 A씨는 "커피가 그냥 커피지 그게 뭐라고" 하며 사람들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일찍부터 가는데 바로 마실 수 있겠지?" 생각했던 그는 매장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길이의 줄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웬만해서는 기다리겠지만 이 정도는 진짜 기다릴만한 수준이 아니니까 사람이 적어지면 그때 다시 오자"고 여자친구를 달랬다.
하지만 A씨의 말은 여자친구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마셔보고 가야지 이렇게 기다려 보는 것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될 거야"라고 고집을 부렸다.
끝이 대체 어디인지도 가늠하지 못할 만큼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서도 '추억'이라고 말하는 여자친구에 A씨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들어봐, 1시간은 그래 추억이라고 할 수 있어. 근데 이 줄 봐봐. 최소 4~5시간은 기다려야 할 텐데 이게 어떻게 추억이야" 하며 여자친구를 설득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출발 전의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럼 먼저 집에 가 나 혼자 기다릴게" 하며 짜증을 냈다.
그래도 여자친구를 생각한답시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그 고생을 했는데 A씨는 여자친구의 배려 없는 말에 너무 기분이 상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뒤에도 A씨는 여자친구와 여전히 냉전 중이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친구가 화가 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사연을 올리며 마지막으로 "다음에 오자고 말한 게 짜증을 받아야 할 만큼 잘못한 일인가요?"하고 누리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여자친구가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 같다. 자기한테나 추억이지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자친구의 행동을 비판했다.
사람들은 보통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모든 면을 사랑해주고, 언제나 배려해주길, 그 어떤 것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분명 A씨의 여자친구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자친구에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A씨도 마찬가지다.
A씨가 더 자고 싶은 마음을 고이 접어두고 피곤한 몸을 이끌며 블루보틀에 간 것은 분명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배려한 행동이다.
하지만 거기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한 두시간도 아닌 5시간 이상을 기다려 달라 말하는 것은 그의 배려를 당연시하는 여자친구의 과한 부탁일 뿐이다.
만약 A씨가 자신이 관심 없어 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라고 한다면 과연 A씨의 여자친구는 흔쾌히 수락할 수 있을까.
A씨에게도 블루보틀이 5시간을 기다릴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