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수)

초등학교 4학년 제자랑 갈등 겪다 스스로 목숨 끊은 교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학생과의 갈등 끝에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게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지난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앞선 2016년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B학생과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B학생은 A씨의 지시에 욕설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등 엇나가는 행동을 일삼았다.


갖은 지도 방법을 다 동원해도 별 효과가 없어 A씨는 지도하던 중 부득이 B학생에게 욕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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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B학생 부모의 항의가 들어왔고 결국 A씨는 학급 학생들에게 욕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B학생 부모는 A씨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5개월간 5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 면담 자리에서 B학생 아버지가 A씨를 때리려고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학교 측에 B학생의 무례한 행동과 부모의 민원이 반복돼 여러 차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동료 교사에게도 "어떤 학생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음 해인 2017년에는 5학년으로 진학하는 B학생을 피하려고 일부러 6학년 과목을 선택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러나 A씨는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겨둔 2017년 2월 "아이들이 모두 B학생 같을까 봐 불안하다"며 사직서를 냈다. 이후 사직서가 처리되기까지 병가를 냈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공무상 생긴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 당시 정상적인 행위선택 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망인은 B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자신의 지도 방법이 교장·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큰 충격까지 받아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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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망인이 통상적으로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춰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교사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이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 즉 공무로 인한 것"이라며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 사망하기 전 병원에서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