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미 사랑이 끝났음을 직감적으로 알 때가 있다.
연인과 같이 있어도 홀로 있을 때보다 외롭고, 더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를 볼 때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이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과거 추억에 대한 미련이거나, 이번 권태기만 넘어서면 다시 회복될 거란 막연한 희망 때문이겠다.
그런데 여기 한 남성이 털어놓은 하소연이 뭇 남성과 여성의 공감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여자친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지만 헤어지자고도 말할 수 없다"는 고민 글이 올라왔다.
그는 대학 입학 후 6년간 현재 여자친구와 교제해 왔다고 소개했다.
첫눈에 반했고, 둘은 한동안 뜨거웠다. 중간에 여자친구가 교환 학생을 가면서 '롱디' 커플이 되기도 했지만 애정은 쉬이 식지 않았다.
밤새 영상통화를 했고, 방학이 되면 남성이 한 번 여성이 한 번 먼 거리를 오가며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최근 남성은 자신과 여자친구 사이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일과를 늘어놓다가 우연히 여자친구 쪽을 바라보면 휴대폰을 만지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또한 데이트를 해도 손을 잡지 않고 각자 다른 곳을 보며 걸었다.
그는 "우리 둘 다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알고 있지만 끝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 상담을 요청했다.
많은 연인이 겪는 이러한 경험. 헤어지지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는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진 것이며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포르투갈 미뉴대학교(UMinho)의 사라 레고 교수가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남녀 855명을 모집한 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게 했다.
"당신은 결혼했고, 지난 몇 개월간 결혼 생활은 정말 최악이었다. 두 사람 모두 더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하겠는가"
이후 레고 교수는 추가로 한 그룹에는 "결혼한 지 1년 됐다"는 전제를 다른 한 그룹에는 "결혼한 지 10년 됐다"는 전제를 줬다.
그 결과 '결혼한 지 1년 됐다'는 전제가 깔린 그룹은 "10개월 정도 노력해보겠다"고 답변했고, '결혼한 지 10년 됐다'는 전제를 준 그룹은 "19개월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레고 교수는 두 사람 공동명의의 집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 한 차례 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35%와 25%로 나타났다.
레고 교수는 사랑이 끝난 커플이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시간과 돈, 즉 '매몰 비용'으로 설명했다.
두 사람 관계에 들인 시간, 노력, 돈 등 돌이킬 수 없는 자원들이 크면 클수록 행복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관계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랑 없는 관계가 서로에게 불행을 줄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무조건 헤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노력해도 소용없는 관계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면 과감하게 이별을 선택할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이별 후 당장은 힘들고 아프더라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두 사람 모두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