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면세점 사업 시작한 정지선…적자로 호된 '신고식'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후 4분기 매출액 700억원, 영업적자 256억원을 기록했다.
개점 준비 비용 55억원 등 초기 고정비 사용, 마케팅 비용의 공격적 집행, 송객 수수료 부담 등에 따라 수익성이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월 1일 개장해 '강남대전' 뛰어든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먼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면세점 강남대전'에 뛰어든 정지선 회장의 패기가 돋보였다.
풍부한 관광 인프라와 편리한 교통, K-POP 열풍에 힘입어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높았다.
초기 홍보 비용과 '따이공' 위한 지급 수수료 막대한 수준
그렇지만 문제는 공격적 홍보활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광고 홍보비로만 지난해 93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또한 중국 보따리상을 뜻하는 '따이공'을 잡기 위해 중국 여행사에 90억원 가까운 송객 수수료를 지급했으며, 선불카드 등에 60억원의 판촉비까지 추가로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이공이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성장하자 출혈 경쟁에 동참한 셈이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약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예상한 적자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예상한 적자'라는 입장이다. 초기 홍보비나 따이공을 위한 투자 비용 지출은 모두 철저한 계산 속에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대신 이들은 앞으로 2년 이내에 면세점 사업을 흑자로 돌릴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면세점 시장이 보여주는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우선 따이공의 경우 혜택을 많이 주는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송객 수수료 판촉비를 줄이면 곧바로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으로 많은 비용을 쏟아붓지 않는 한 이들을 고정 이용객으로 포섭할 방법이 없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 유치 못해
아울러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아직까지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3대 명품이 당장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으나 모객효과와 상징성이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를 갖추지 못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는 현실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확대를 위해 대형 면세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송객 수수료 등을 지출하면서 적자가 불가피했다"며 "앞으로 면세점 적자 폭을 얼마나 빠르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막대한 홍보비 지출과 과도한 출혈 경쟁 등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적자를 '예상한' 기간이 끝난 후에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