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아들로부터 용돈을 받은 80대 노인을 쫓아간 뒤 폭행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6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달 3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균용)는 폭행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60)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은행 앞에서 피해자 김모 할머니(당시 88세)가 아들에게 용돈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용돈으로 받은 할머니의 돈을 빼앗겠다는 마음을 먹고 따라간 뒤 할머니를 무차별 폭행했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폐지를 주워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자신을 한 차례 따돌린 김 할머니의 뒤를 쫓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거듭 덮쳤다.
그는 반항하는 김 할머니를 수차례 때려 제압한 후 상의 주머니와 양말을 뒤져 15만 4천원을 꺼내갔다. 김 할머니는 두 달 후 이 사건에서 얻은 상해의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김 할머니가 사망에 이른 이유는 유족들이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고 필요한 수술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범행과 김 할머니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김씨의 폭행으로 발생한 경막하혈종이 김 할머니의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사료된다"며 "김씨의 행위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 원인이 결합해 사망했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입장은 같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으로 김 할머니가 사망하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이르렀다"라며 김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과거 앓은 뇌질환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김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김씨는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짧은 기간 내 강도·강도상해·강도치사 등 3회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죄에 취약한 고령의 피해자들을 폭행했고 그로 인한 피해의 결과가 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