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6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이른바 '매니큐어 살인사건'에 제보자가 등장했다.
엄양이 사라지기 1주일 전 한 남성의 차에 탄 적이 있다는 그녀는 16년이 지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30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3년에 실종됐다가 9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엄양의 이야기,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재추적했다.
앞서 엄양은 2004년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의 한 배수로의 지름 60cm 좁은 배수관 안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엄양의 시신 상체는 심하게 부패했고, 이에 사인과 사망 시각 등을 밝혀낼 수 없었다. 또한 성폭행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단서는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 뿐이었다. 특히 이 매니큐어는 엄양이 살해된 후 칠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사건 현장 인근에는 사망한 엄양에 대한 현수막이 빼곡히 걸렸다.
하지만 "실종 당시 낯선 흰색 차량을 봤다"는 증언만 있을 뿐. 결국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뒤늦게 등장한 제보자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이야기를 해야 될 시점인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엄양이 사라지기 1주일 전 자신의 걸음에 맞춰 따라오는 차량 한 대를 마주쳤다고 전했다.
차 안에는 얼굴 표정이 없고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 남성이 타 있었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고 한다.
제보자는 "거절을 하면 왠지 해코지를 할 거 같은 압박이 들어서 차를 탔다. 그런데 내릴 때가 돼서 내려달라고 하는데 안 내려주고 계속 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이어 "겁이 나서 차 문을 열고 몸을 반쯤 내밀어서 내리려고 했는데 남자는 동요하지 않고 차를 계속 몰았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려줬다"며 낯선 차는 한 중학교를 향해 내달렸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역시 당시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했던 것이다. 그녀는 "당시 느꼈던 기분이 소름 끼치고 속이 안 좋아서 토하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제보자가 봉변을 당할 뻔한 곳과 불과 2km 떨어진 곳에서 엄양이 사라졌다.
제보자는 "당시 피해자에 대한 현수막을 보고 '그 남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전화기를 꺼냈다"면서도 "'잡히겠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용의자가 자신의 집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결국 제보를 포기했다.
그녀는 "계속 그냥 묻고 죽자. 죽을 때까지 말하지 말자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제보자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야 할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제보자는 최면을 통해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리고 차량 번호까지 기억해내며 이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