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없다" 뻥치다 검찰에 걸려 망신 당한 SK케미칼

인사이트(좌) 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을 제공하고 애경산업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우) 김철 SK케미칼 대표 / 뉴스1


추가로 드러난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은폐 정황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로 여론의 도마 위에 수없이 오르내리는 SK케미칼 때문에 SK그룹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케미칼은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물질 제조사다.


가습기 살균제로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가 많은 가운데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인사이트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을 제공하고 애경산업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 뉴스1


환경부 조사선 '없다'던 유해성 보고서가 검찰 수사서 제출됐다 


지난 27일 한겨레는 지난해 이뤄진 환경부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던 SK케미칼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는 유해성 연구자료 보고서 일부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없다고 주장하던 보고서가 1년 뒤에는 제출된 것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는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이 유공(현 SK케미칼)의 용역으로 지난 1994년 10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다.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 유해성 여부를 검증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연구팀의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이트뉴스1


연구팀 유해성 실험 안 끝났는데 '인체에 무해' 하단 광고 낸 SK케미칼 


하지만 유공은 한창 연구팀이 실험에 박차를 가하던 1994년 11월 18일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골자의 신문광고를 진행했다.


SK케미칼이 제대로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시중에 유통하려 했다고 볼 법한 정황 증거인 셈이다.


gettyimagebank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Bank


'핵심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해당 자료는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검찰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봤다.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조 특위에서 김철 SK케미칼 대표가 "지금 현재 그 문서가 보관돼 있지 않다. 마땅히 내야 하는 자료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자료를 받았는데 잃어버린 것인지, 안 받은 것인지 하는 것은…"이라며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취지의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뉴스1


사회적 가치 창출 앞장서는 SK그룹과 사뭇 대조되는 SK케미컬의 행보


1년 전 환경부 현장조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정보가 없다며 환경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국정조사에 이어 환경부 조사에서도 없다던 보고서가 최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임의 제출됐다. 그것도 환경부 조사 1년 여만에 말이다.


환경부 측은 한겨레에 "따로 조사도 했으나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기 위해 SK그룹이 과감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SK그룹과 달리 기업윤리가 무뎌진 듯한 SK케미칼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