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LG·효성 창업주 인연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그룹과 LG그룹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이자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불린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부터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는 물론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화면이 둘둘 말리는 롤러블 TV를 공개한 것과 관련 삼성전자와 LG전자 TV 수장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을까.
이처럼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오늘날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 창업주와 떼어낼 수 없는 LG·효성그룹 역사
실제 삼성그룹과 LG그룹을 빼놓고는 한국 경제를 말하기 힘들 정도다. 두 그룹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한다면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기업이 있었으니 CJ그룹과 효성그룹이다.
CJ그룹과 효성그룹의 시작은 삼성그룹에서 비롯됐다. 설탕을 만들던 제조공장에 불과했던 CJ그룹은 '불운의 황태자' 故 이맹희 회장이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뒤 떨어져 나와 장손 이재현 회장이 오늘날 엔터제국으로 키웠다.
삼성그룹 창업주와 동업 관계였던 효성그룹은 동업을 청산하자는 고(故) 이병철 회장의 요구로 故 조홍제 회장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삼성을 나와 '재계 22위' 명실상부한 효성그룹으로 일궈냈다.
다시 말해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창업주 故 구인회 회장, 효성그룹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져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4대 그룹 재벌 모교로 유명한 지수초등학교
그렇다면 이들의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고 오늘날의 삼성그룹과 LG그룹, 효성그룹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 이들 창업주 모두 경남 진주에 위치한 지수초등학교 동문이다. 삼성과 LG, 효성, GS 창업주가 다닌 지수초등학교는 우리나라 4대 그룹 재벌 모교로 유명하다.
이들 창업주 가운데 막내는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이다. 효성그룹 故 조홍제 회장과는 형 동생 사이다.
당시 故 이병철 회장의 친형인 이병각 씨와 故 조홍제 회장이 친구 사이였던 것이 계기가 됐다. 반면 故 구인회 회장과는 3살 터울이지만 친구 사이다.
이병철 회장, LG와는 사돈관계…효성과는 동업자 관계
故 구인회 회장이 지수초등학교에 편입한 탓에 같은 학급 친구로 만났기 때문이다. 이들 세 사람의 인연은 지수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세 사람은 故 이병철 회장과 사돈관계 혹은 동업자가 된다.
LG그룹 창업주 故 구인회 회장은 자신의 셋째 아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故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 씨와 결혼하면서 사돈 관계로 발전했다.
효성그룹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은 故 이병철 회장에게 사업자금 1000만원을 융통한 것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공사 동업자로 참여한다.
효성과 지분 문제·LG와는 사업 영역으로 갈등한 삼성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비료와 조미료, 설탕, 모직 등의 사업을 벌였던 삼성그룹은 전자 사업에 뛰어들 것임을 故 구인회 회장에게 선포했고 이를 계기로 사돈관계인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다.
효성그룹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과는 지분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등을 돌리게 됐다. 어느날 갑자기 故 이병철 회장이 故 조홍제 회장에게 동업을 청산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분 정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수십년을 함께 해왔던 이들 세 사람의 우정은 故 이병철 회장의 욕심 때문에 금이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라이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故 조홍제 회장은 故 이병철 회장과의 결별에 대해 "내가 70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많은 결단 중에 가장 현명한 결단이었다"고 회고한 것은 재계 안팎에 유명한 일화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할아버지 때 '앙금' 씻어내고 선의의 경쟁 펼치는 3세
그렇다고 이들 세 사람의 앙금은 후손에까지 이어지지 않은 듯 하다. 현재 삼성그룹 실질적인 총수로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효성 조현준 회장은 1968년생으로 동갑내기 절친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조현준 회장은 어릴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으며 일본 게이오대학 석사 과정을 함께 마쳤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그룹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과는 재계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같이 방문한 사이다.
3세들은 할아버지와 달리 앙금을 털어내고 현재는 라이벌이자 친구, 선후배 사이가 된 것이다. 현재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한국 경제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