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의 평면 회화를 마치 3차원의 입체로 착각하는 ‘눈속임’ 작품들이 있다. 프랑스어로 트롱프뢰유(trompe-l'œil), 영어로는 'Trick of the eye'라 부르는 이 작품들은 단순히 실재와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보는 이를 혼란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실내를 더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창문, 현관, 복도 등을 장식하기도 했다. 오늘날 트롱프뢰유 기법은 미술뿐만 아니라 건축이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트릭 아트’라 불리는 눈속임 예술작품들, 세계적인 작가들이 만들어낸 ‘트릭 아트’의 세계에 빠져보자.
▶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5세기 이탈리아 두칼레 궁전 안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 궁전의 평평한 천장에 단축법으로 그려넣어 마치 하늘을 향해 둥그렇게 파인 건축 구조물처럼 보인다. 둥근 구멍 주변으로 천사와 인물들이 모여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이 작품에서 밑에서 바라보는 관람객과 작품 속 인물의 관계는 역전된다. 구경꾼은 관람객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다.
▶ 프랑수아 아벨라네(François Abelanet)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아벨라네는 시청 앞에 3차원의 기하학적인 라인으로 환경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자연과 도시 사이의 연결로, 자연과 도시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환경의 근본적인 의미와 관계를 스스로 질문하도록 하게 하는 작품이다.
▶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는 생각의 전환을 잘 보여주는 화가다.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사람의 머리를 형상화 한 괴기한 환상화가 유명하다. 당시에는 저속한 취미를 가진 화가라 하여 무시되었으나, 초현실주의의 융성과 더불어 재평가됐다. 게슈탈트 전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가.
▶ 리우 볼린(Liu Bolin)
투명인간 아트라고 들어보았는가? ‘카무플라주(Camouflage)’, ‘위장술 아트’라 불린다. 투명인간 예술가, 위장 예술가 리우 불린은 자칫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위장예술의 범주를 하나의 작품으로 소개하는 유명 아티스트다. 인간의 몸에 주변의 사물과 구분할 수 없는 옷을 입히거나 색을 칠해 사물 안에 녹아져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실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 에드가 뮐러( Edgar Mueller)
3D 트릭아트의 대가라 불리는 에드가 뮐러는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메시지를 전해준다. ‘아나모르픽 아트(Anamorphic Art)’로 일컬어지며, 도로에 3D 입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실제보다 더욱 실제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 작품 <용암>은 국제 스트린 페인터 대회 30회 기념식이 열린 독일 갤던에 그려졌다.
▶ 토마스 바비 (Thomas Barbey)
미국 태생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토머스 바비는 상상했던 컨셉의 이미지를 초현실적 작품으로 풀어내는 것을 주요 작업으로 삼는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 이중노출로 네거티브 영역(음화)를 추출해 낸 후 리터칭과 에어브러시 등을 활용한다. 대개 흑백사진으로 인화된다. 그의 작품에서는 예술적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트릭 아트'는 권위적인 예술의 관념을 벗고, 회화가 가진 2차원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하나의 예술적 실험이다. 초현실주의 이후 꾸준히 주목받아왔던 '트릭 아트'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과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예술이 또 어떤 형태로 변신을 거듭할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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