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금연을 위해 사용하는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피울 경우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25개 제품의 실제 니코틴 함량을 조사한 결과 40%인 10개 제품이 표시와 ±10% 이상 오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함량이 용기의 표시를 11∼20% 초과한 제품이 4개, 11∼20% 밑도는 제품이 2개, 21% 이상 부족한 제품이 4개였다.
특히, 니코틴 함량이 12㎎/㎖인 18개 제품을 대상으로 기체 상태에서의 니코틴 함량을 측정한 결과, 17개 제품이 연초담배의 한 개비당 니코틴 평균 함량(0.33㎎/개비)의 1.1∼2.6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담배를 끊으려고 전자담배를 사용하면서 일반 담배와 동일한 흡연 습관을 유지할 경우 니코틴을 훨씬 많이 흡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니코틴 함량 12㎎/㎖는 통상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니코틴 함량을 상·중·하로 분류할 때 '중'으로 안내하는 농도며,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데 평균 약 10회 정도 흡입하는 것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니코틴 농도를 동일하게 희석한 제품 간에 한 개비당 기체 상태의 니코틴 함량이 3배(0.27∼0.85㎎/개비)까지 차이가 나지만, 사용자를 위해 실제 니코틴 흡입량을 표시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전체의 52%인 13개 제품에서 기체 상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다. 하지만 대부분 검출량이 연초담배보다는 적었으며, 1개 제품에서만 연초담배의 1.5배인 1.4㎍/개비의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
니코틴을 1%(10㎎/㎖) 이상 포함한 니코틴 액상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를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 치사량(40∼60㎎)을 초과하는 38∼685㎎/㎖의 니코틴 원액을 전자담배 판매점을 통해 쉽게 살 수 있고, 1천㎎/㎖ 제품까지 온라인으로 해외에서 직접구매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12개 니코틴 액상 제품은 용기가 안약과 유사해 오용 우려가 컸으며, 1개 제품은 용기 표면에 과일그림이 있어 어린이 안전사고 위험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부터 올 4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담배 위해 사례 63건 가운데 구토·가슴통증·구강염증 등 사용후 부작용과 제품 폭발 및 화상이 각각 20건(32%)으로 가장 많았고, 의약품으로 오인해 눈에 넣거나 섭취한 사례가 8건(13%), 유아 사고가 3건(5%)이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번에 시중에 판매되는 32개 전자담배 배터리와 충전기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한 결과, 10개 충전기 제품에서 내장 변압기의 절연거리가 허용치를 밑돌아 감전 위험이 있는 등 문제점이 발견돼 리콜(결함보상)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등은 전자담배의 어린이보호포장을 의무화하고 내년부터 니코틴 액상 농도를 20㎎/㎖, 액상 용량을 10㎖로 제한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자담배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고농도 니코틴 함유 액상의 판매 제한, 어린이보호포장 의무화, 니코틴 함량 표시 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을 관계기관을 건의해 추진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