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개봉 전부터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가 있었던가.
지난 6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된 영화 '캡틴 마블'이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1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캡틴 마블'은 지난 9일 하루 동안에만 관객 100만 43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 당일부터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은 '캡틴 마블'의 누적 관객수는 218만 7671명이다.
잘 되고 있으면서도 "'페미 영화'라 믿고 거른다", "'캡틴 마블' 보이콧해야 한다" 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캡틴 마블'을 연기한 주인공 브리 라슨이 해당 영화를 두고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칭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젠더이슈'를 놓고 남녀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뭇 남성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실제 1점 대의 '평점 테러'도 받고 있는 이 영화, 정말 볼만한 가치가 없는 돈 아까운 영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미니즘이고 뭐고를 떠나서 '꿀잼'인 것은 확실하다. 영화를 보면 "역시 마블이다. 실망시키지 않는구나"라며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여성 히어로 탄생
영화 '캡틴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슨 분)가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1995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기 훨씬 전이기도 하다.
기억을 잃은 크리족 전사 비어스(브리 라슨 분)는 스승 스타포스 사령관 욘-로그(주드 로 분)와 함께 적인 스크럴 종족과 싸우다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다.
비어스는 지구에서 쉴드 요원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를 만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능력은 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군인에게 무시를 당하던 '미국 공군 조종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에서 크리족이 된 이유를 쫓는 과정에서 비어스는 잠재된 어마어마한 힘을 각성하게 되고, 타노스 때문에 재가 된 어벤져스 멤버를 구할 최고의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움찔움찔' 거리고 손에 땀을 쥐게 될 만큼 액션신이 화려하다
'캡틴 마블' 영화가 1990년대를 그린다고 CG가 촌스럽거나 허접하지 않다.
오히려 마블은 그간 만화 캐릭터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데서 왔던 어색함을 '캡틴 마블'에서 완전히 깼다.
스케일도 전작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 볼거리를 충족시켜 준다.
캡틴 마블은 영화에서 공군 조종사 출신 여전사로 나온다. 이에 지상전 외에도 우주전, 공중전 등 다양한 액션신이 펼쳐지는데, 이 모습이 매우 파워풀하게 묘사돼 관객에게 짜릿함과 긴장감, 색다른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푹 빠지게 된다
'캡틴 마블'을 시사회로 먼저 본 미국 평론가 중 한 명이 "타노스 X됐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캡틴 마블은 역대급 캐릭터다.
캡틴 마블은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영웅보다 빠르고, 힘이 세며, 능력이 좋다.
하지만 캡틴 마블은 완벽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그는 솔직하고 실수도 많이 하는 허당이다. 때때로 슬픔과 분노를 느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단하려는 그의 모습이 '걸크러시'를 뿜어내 시선을 강탈한다.
아카데미 수상 경력자답게 브리 라슨은 액션 신이 많은 '캡틴 마블' 출연 전 복싱, 킥복싱, 유도, 레슬링, 주짓수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해 '센 캐릭터'인 캡틴 마블의 모습을 잘 구현해 냈다.
퓨리 국장의 앳된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무게감 있는 현재와 달리 계속해서 유머를 던지는 귀여운 퓨리 국장의 모습이 연이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주름 하나 없이 탱탱한 그의 피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블 최강 귀요미' 베이비 그루트 자리를 위협할 만큼 깜찍한 캐릭터 '구스'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구스는 퓨리 국장을 바로 사로잡아 '집사'로 만들어 버린다. 아니,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을 자신의 '집사'로 만들어 버린다.
구스는 나오는 신마다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관객을 '엄마 미소' 짓게 하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마블 영화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이해가 쉬우며, 쿠키 영상이 두 개나 있어 '가성비 갑'이다
'캡틴 마블'은 마블 시리즈 서사와 세계관을 몰라도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마블 영화 중 가장 과거를 그리기 때문에 '입문작'으로도 추천한다.
또한 한개도 만들기 힘든 쿠키 영상이 두 개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쿠키 영상은 대놓고 '어벤져스: 엔드게임'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하다. 두 번째 쿠키 영상은 스토리와 무관하지만, 매우 귀여워 안보면 후회한다.
미운털 박혔다고 안 보면 당신만 손해다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은 '캡틴 마블'은 이미 1000만 관객으로 가는 항해를 시작했다.
남성 영웅이 지배하다시피 했던 마블 영웅 시리즈에 '페미니스트' 여배우 브리 라슨이 주인공인 '캡틴 마블'을 등장시켜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많은 영화 팬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평점 테러 속에서도 '8.48'(10일 오후 5시 네이버 영화 기준)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물론 '페미니즘' 논란을 영화 마케팅에 사용한 점, '어벤져스: 엔드게임'과는 연결고리가 거의 없음에도 연관이 있는 것처럼 과하게 홍보한 점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영화가 재미있어 관객을 기만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 세계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월 26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캡틴 마블'이 타노스와 연관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마지막 관문인 만큼, 일부 잡음이 존재한다고 흥행 질주를 시작한 '캡틴 마블'을 안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비판은 영화를 본 뒤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