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극적으로 맺어진 '카카오-택시업계' 합의가 '반쪽짜리'라 불리는 이유

인사이트지난 7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업체 대표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 뉴스1


극적으로 합의에도 '반쪽짜리' 비판듣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극적 합의에 성공했으나 이를 두고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승차 공유 업체는 합의를 사실상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을뿐더러, 택시를 잡기 가장 어려운 '심야 시간' 카풀이 사라지면 시민들의 불편도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지난 7일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마지막 전체회의에 앞서 전현희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평일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에 한해 카풀 허용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와 택시업계 대표, 카카오 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문을 발표했다.


'카풀 전면 금지'를 외치던 택시업계는 한발 물러나 평일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에 한해 제한적으로 카풀을 운영을 허용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아울러 이들은 ▲택시산업 규제혁파 추진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올해 상반기 중 출시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 방안 추진 ▲택시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월급제 시행 ▲승차거부 근절 및 친절한 서비스 정신 준수에 노력 등과 관련해서도 합의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로 결국 협상을 타결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택시업계와 혁신적인 모빌리티 생태계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택시업계와 함께 국민의 교통 편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타다·풀러스 등 타 승차 공유 업체는 '불편한' 기색 드러내 


그렇지만 어느 정도 합의점을 본 카카오와 달리 또 다른 승차 공유 업체 타다와 풀러스 등은 불편을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현행법상 카풀이 '출퇴근 시간 운행'으로만 제한돼 있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특정 시간에만 운행하도록 규제가 구체화돼 장기적으로는 승차 공유 서비스의 미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애초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현재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이재웅 쏘카 대표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재웅 쏘카 대표, "현재의 타협으로는 의미 있는 카풀 업체 나오기 어려워" 


합의문 도출 이후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법에서 허용돼 있는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유상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서비스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과연 이 합의가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라고 불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의 타협으로는 앞으로 의미 있는 유상 카풀 업체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서영우 플러스 대표 / YouTube '인사이트 - Insight' 


풀러스 서영우 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래 허용되던 것을 제한해 놓고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고 선전이 장난 아니네요. 돌아가는 거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 역사책 속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풀러스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당초 국민의 이동 편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대타협 기구인데 실효성 있는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 같다"며 "시민들이 택시가 안 잡혀 불편을 겪는 시간대에 카풀을 투입할 수 없게 돼 유감이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풀러스는 무상 카풀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오늘 결론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이동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과감하게 투자해 혁신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의가 됐으면 이제 의미 없는 풀러스와 드라이버들에 대한 고발은 취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서영우 풀러스 대표 페이스북 


택시업계, "아직까지 불법 유사 택시영업 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강경 태도 유지할 것" 


택시업계는 이번 합의안과 별개로 타다와 풀러스에 대한 고소·고발은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택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불법 유사 택시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 갈등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가운데, 다른 승차 공유 업체들과 택시 업계의 갈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


서비스의 혁신보다는 택시업계의 '생존권'에 무게를 실어준 이번 합의에 대해 카풀 규제 혁신을 바라는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