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상비약으로 통하는 동화약품 '후시딘'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몸에 상처가 났을 때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바르는 '후시딘'은 여느 가정에나 하나씩은 구비해두는 상비약이다.
지난 1980년 동화약품은 덴마크 레오파마가 만든 후시딘을 들여와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처음 출시됐을 당시 "딱지 위에 그냥 발라도 딱지를 떼어내고 발랐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광고 문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에는 후시딘의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동국제약의 '마데카솔'이 상처 치료제 시장에서 독주를 하고 있었다. 이 독주 체제는 후시딘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양강구도로 바뀌게 된다.
2차 감염 예방에 탁월하단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후시딘이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다름 아닌 2차 감염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
소비자 사이에서 피부감염증 원인인 '포도상구균'에 강한 항균력을 지녔다는 점이 소문나면서 상처 치료제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후시딘 속 '푸시딘산'은 포도상구균과 연쇄상구균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이는 화상이나 외상, 봉합창, 농피증에 의한 2차 감염에 자주 쓰이는 성분이다.
그런데 이 푸시딘산에는 원숭이 대변과 관련된 은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원숭이 대변서 추출한 '후시딘'의 원료 성분 감염병 위험 인지한 과학자의 잇따른 항생제 연구
동화약품 관계자는 "푸시딘산이 추출된 '푸시디움 코씨네움'은 처음에 원숭이의 대변에서 분리 채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인정했다.
때는 20세기 초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약학이 발달하지 않은 때, 경미한 부상에도 감염병이 따라와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과학자는 감염을 막는 항생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발견된 인류 최초 항생제는 1928년 영국 의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길러서 얻은 물질 '페니실린'이었다.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박테리아로 인한 질병을 치료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
곰팡이에서 추출한 페니실린이 큰 성공을 거두자 과학자의 관심은 새로운 항생제를 찾는, 그중에서도 특히 곰팡이나 균을 분석해보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중 푸시디움 코씨네움은 일본의 균류학자 케이스케 츠바키가 1953년 일본 야생 원숭이 대변의 균류를 연구하던 중 분리에 성공해 발견됐다.
다만 동화약품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는 절대 원숭이 대변에서 성분을 채취하지 않는다"며 "첫 발견 후에는 연구 시설과 공장 등에서 정제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