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1일(토)

버버리가 팔리지 않은 옷 '423억원 어치'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

인사이트(좌) Instagram 'burberry', (우) GettyimagesKorea


고급 이미지 구축과 희소성 유지 위해 재고 소각하는 명품 브랜드 관행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명품'이라는 것은 비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름만으로 유독 인기를 끈다.


경기 불황 속 '가성비'가 유행하는 요즘에도 럭셔리 시장에서만큼은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이처럼 비싼 가격에서 비롯되는 '고급 이미지'와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노세일(No Sale)'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그중에서도 재고를 '땡처리'로 파느니 모두 폐기처분 해버리는 방식이 큰 비난을 받았다.


인사이트버버리


버버리, 지난해 423억 원어치 재고 소각


지난해 7월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는 수익보고서를 통해 전년에 출시하고 남은 의류, 액세서리, 향수 등 2,860만 파운드(한화 약 423억여 원) 상당의 재고 상품을 소각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개당 200만 원을 웃도는 버버리의 대표 제품 트렌치코트로 따지면 약 2만 벌의 분량이다.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이 싸게 판매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버버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른바 '짝퉁'이라고 불리는 위조품이 널리 퍼져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외에도 버버리가 이전 5년간 폐기·소각한 재고 상품은 약 9천만 파운드(한화 약 1,332억여 원)에 달한다.


인사이트(좌) Instagram 'chanelofficial', (우) Instagram 'hermes'


패션업계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재고 소각


이는 비단 버버리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재고를 싸게 팔기보다 없애는 것은 매년 재고가 쏟아지는 패션업계의 오랜 관행 중 하나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와 몽블랑(Montblanc), 피아제(Piaget) 등을 소유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은 2016~2017년 2년간 4억 3천만 파운드(한화 약 6,367억여 원)가량의 시계를 다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부품을 빼내 재활용됐으나 상당수는 버려졌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추측했다.


또 지난 2013년 프랑스 경제전문주간지 샬랑쥬에 따르면, 에르메스(Hermes)는 파리 북쪽 근교에서 극비리에 재고품을 처분한다고 보도했다.


샤넬(Chanel) 또한 이월상품이 생기면 폐기처분을 하거나 재고품을 공개적으로 소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좌) 버버리 수석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 Instagram 'riccardotisci17', (우) Instagram 'burberry'


재고 소각 관행 즉각 중단 성명 발표한 버버리


맹렬한 비난을 받은 버버리는 결국 두 달 뒤인 지난해 9월 재고 소각 관행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서 버버리는 팔다 남은 상품을 재사용하거나 수선해 사용하거나 기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년도에 럭셔리 제품 재활용 회사인 '엘비스&크레스'와 손을 잡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버버리에 대해 일었던 해당 반발로 인해 패션계의 파괴 관행이 주목받았다.


과잉 생산, 환경 오염, 낭비 등 뒤따르는 부작용 때문에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의 빈축을 사는 재고 파괴 관행.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향후 패션계의 이와 관련된 행보는 꼭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