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그동안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맡아오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은 삼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이들 재단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비춰볼 때 사실상 그룹 승계 작업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5월 30일 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건희 이사장의 후임으로 이 부회장을 신임 이사장에 선임했다.
삼성문화재단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이 부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문화재단 이건희 이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16년 8월 27일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재용 신임 이사장이 재단의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삼성그룹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를 계승·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로써 삼성그룹의 사회공헌활동과 문화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단 이사장 선임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들 재단은 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시작해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며 "지분 변동이나 행정적 절차를 떠나 역사적, 상징적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보유 지분에는 변동이 없지만 재단 이사장 자리의 위상과 무게감을 반영한 평가다.
그룹 내에서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던 3가지 공식 직함 중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두 자리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1년 상무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을 거치며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고객책임자(CC0) 역할 등을 수행해왔지만, 창업 일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 이사장직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재단 이사장 공식 취임일은 오는 3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와병 1년째를 맞은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합병·상장 등 사업구조 재편과 한화그룹과의 화학·방산부문 빅딜, 해외 IT전문기업에 대한 공격적 M&A(인수합병) 등으로 광폭행보를 펼쳐왔다.
이 부회장이 재단 수장에 오름에 따라 그간 다소 보수적으로 이어져 온 재단 운영 방식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삼성서울병원 운영과 함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삼성노블카운티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1965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설립해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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