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 유명한 '잉꼬부부' 이재현 회장·김희재 여사소문난 '잉꼬부부'답게 러브스토리도 드라마틱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나 미국 가."
여자친구가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간다는 얘기를 들은 남자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는 여자친구를 몹시 사랑했다. 연애를 시작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났으며, 매일 여자친구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만남에 있어 '장애물'은 없었다. 둘이 함께 모든 장애물을 넘어왔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유학을 간다고 했다. 진짜 커다란 장애물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한참 고민하던 남자는 말문을 열었다. "가지 마라…". 소탈하고 겸손한 남자의 소박한 청혼이었다.
송년 모임서 처음 만난 이재현 회장·김희재 여사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듯한 위 스토리의 주인공은 올해로 결혼한 지 35년 차에 접어든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김희재 여사다.
재계에서 소문난 '잉꼬부부' 답게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깨나 드라마틱하다.
이 회장과 김 여사는 송년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송년모임에 참석한 인원끼리 몇 차례 더 어울렸다.
그러다 처음으로 단 둘이 만났다. 이때 김 여사는 이 회장이 본인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데이트…이재현 회장이 매일 데려다줘
하지만 두 사람은 한동안 못 만나다 이 회장이 씨티은행에 신입사원으로, 김 여사가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면서 연락이 다시 닿았다.
오랜만에 만난 이 회장과 김 여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이 두 사람의 진짜 첫 데이트였다.
재회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만났다.
이 회장은 자신이 몰던 자동차로 김 여사를 매일 집까지 데려다줬다. 당시 김 여사의 집은 과천에 소재하고 있었다.
김희재 여사가 집 앞에서 받은 프러포즈
김 여사는 집 앞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대뜸. 그는 한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프러포즈를 이렇게 회고했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갈 거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가지 마라'라고 했다. 그게 프러포즈였다. 우습지만, 그렇게 결혼하기로 했다."
문화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된 CJ 수장답게 이 회장의 프러포즈는 간결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비록 그가 내뱉은 말은 한마디뿐이었지만, 그 안에 함축된 뜻은 다양했을 것이다. 김 여사의 마음이 움직인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동갑내기 두 사람 '부부'되다
사실 김 여사는 이 회장이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이 회장은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자 삼성가(家)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故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아들이다.
반면 부인 김 여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출신으로 평범한 집안의 딸이었다.
흔히 재벌가와 평범한 집안 자제 러브스토리의 말로는 '이별'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갈라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1960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