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어느 순간부터 집 열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도어락'이 채우기 시작했다.
비밀번호를 눌러 잠긴 문을 여는 도어락에는 잠금 해제 이외에 또 다른 기능이 숨겨져 있다.
바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속도 차이에 따라 엄마인지, 아빠인지, 누나인지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어락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신기능'(?)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비밀번호'라는 제목의 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총 3연 14행으로 구성된 시 '비밀번호'에는 가족들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속도 차이가 시각적으로 표현돼있다.
7자리 비밀번호를 엄마와 누나는 2번에, 아빠는 2자리, 2자리, 3자리 총 3번에 나눠 누른다.
시각적으로 표현된 속도. 할머니는 다른 구성원들과 달리 천천히 비밀번호를 누른다.
2자리, 1자리, 1자리, 1자리, 1자리, 1자리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겨우 7자리를 모두 누른 할머니.
글쓴이는 마지막 연에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 보고 싶은 할머니"라고 적었다.
유쾌하면서도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해당 시는 트위터에 지난 13일 게재된 후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3만 5천 회 이상 리트윗됐다.
해당 시가 큰 관심을 받으며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또박또박 적은 글씨와 가족들을 아이의 시선에서 잘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초등학생이 지은 시'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이트가 이를 확인해본 결과 해당 시는 지난 2015년 5월에 출판된 정식 시다.
앞서 2008년 '어린이의 문학'에 동시가 추천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문현식 시인은 사실 초등학교 교사다.
당시 문현식 시인은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쓴 일기를 모음집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로 출판한 바 있다.
비록 다 자란 성인이 쓴 시지만 누리꾼들은 '비밀번호'에 "너무 재밌는데 슬프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등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